[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싸이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싸이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초심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초심을 뒤로한 채 이번 화두는 ‘본심’입니다.”

이 얼마나 와 닿는 말인가. 17개월 만에 돌아온 가수 싸이는 정규 8집을 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쑥스럽게 웃었는데, 속은 시원해 보였다.

싸이는 지난 10일 8집 ‘4×2=8’의 공개 직전 “이젠 미혼이 아니라 기혼이며 미필이 아니라 군필이고 무자식이 아니라 유자식”이라며 “그 어느 하나 초심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2월 7집 발표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보다 울림이 컸다.

대중들이 그에게 ‘초심’을 강요한 것은 2012년 나온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치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2위를 거두면서부터다. 어딜 가나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통하던 그때. 이후부터 싸이의 신보가 나오면 이번엔 빌보드 차트 성적을 점쳤고, 그 역시 이와 관련된 공약까지 걸 정도로 국내 반응은 뜨거웠다. ‘엽기가수’는 순식간에 ‘국제가수’란 타이틀을 달았다.

웃고 있었지만 어깨의 부담은 감당하기 벅찼을 터다. 2013년 ‘빌보드 신화’ 재현을 꿈꾼 싱글 ‘젠틀맨’에 이어 2년간 준비한 2015년 정규 7집을 발표하며 ‘초심’을 언급한 배경이다.

싸이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텐아시아DB
싸이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텐아시아DB
싸이는 올해로 데뷔 17년 차이다. ‘곡이 팔리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불러보자'(5집 ‘싸군’ 中)하고, 2000년 ‘새’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그때의 절박함과 음악을 향한 열정이 바로 싸이의 본심이다. 그는 “창작 세계에 젊은 피 수혈이 간절했다. 내 피가 ‘미국병’과 ‘빌보드병’, 여타 여러 가지 병들로 인해 다소 깨끗하지가 않아서 젊은 피를 수혈받아 깨끗해졌다”고 인정했다. 변심이 본심이 된 순간이다.

싸이는 8집에 더블 타이틀곡 ‘아이 러브 잇'(I LUV IT)과 ‘뉴 페이스'(New Face)’를 비롯해 총 10곡을 채웠다. 가장 싸이다운 색깔을 칠하면서도 부족함은 협업으로 메웠다. 매 음반마다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 유건형과 또 손을 잡았고, 블락비 지코와 박진영이 각각 작사와 작곡으로 참여한 곡도 있다. 빅뱅 지드래곤, 태양, 배우 이성경, 아이콘 바비, 비아이, 타블로 등이 피처링으로 나섰다.

싸이의 본심은 통했다. 공개 이후 8개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찍었고, 모든 수록곡을 상위권에 올리며 ‘줄세우기’도 성공했다. 아이튠즈 음반차트에서도 홍콩·대만·태국·베트남 4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빌보드에 대한 질문에 “내수용”이라고 답했지만, 빌보드는 “싸이는 실망시키지 않는다”고 그의 컴백을 대서특필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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