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역시, 소녀시대!’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9일 오후, ‘2013 GIRLS’ GENERATION WORLD TOUR - GIRLS & PEACE -’의 서울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티파니가 했던 말이다. 소녀시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정상 걸그룹이다. 미국 음악 사이트에서 세계 걸그룹 대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유명한국인으로 싸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 소녀시대이기에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그들의 월드투어에 대한 기대감은 남달랐다. 그러나 9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포문을 연 소녀시대의 월드투어의 모습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핑크색 야광봉이 펼친 ‘핑크오션’과 만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올린 ‘우리 오래가자♥’ 피켓 이벤트는 장관이었지만 세계무대에 소녀시대의 진짜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한 콘서트였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서 소녀시대의 각종 무대들을 접한 해외 팬들을 위해 소녀시대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소녀시대이기에 그만큼 아쉬웠던 모습과 앞으로 기대하는 모습을 꼽아봤다.

# 소녀시대이기에 아쉬웠다!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1. 빈약한 홀로그램의 활용
공연 전부터 멤버 태연은 이번 월드투어의 핵심을 ‘홀로그램의 사용’이라고 말했다. 홀로그램은 실물과 똑같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3차원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생동감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홀로그램이 메인 스크린에 위치한 무대 벽면에 한정되어 나타나면서 홀로그램은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상 중 하나라고 봐도 될 정도로 빈약했다. 소녀시대와 홀로그램 소녀시대가 함께 교차되어 공연을 펼쳤지만 같은 위치에서의 변화는 생동감을 주기에 부족했다. 차라리 소녀시대를 가까이서 볼 수 없는 2층 관객들 근처로 홀로그램 소녀시대가 나타나 무대를 꾸렸다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는 않았을까.

2. TV와 똑같은 소녀시대
이번 콘서트는 그동안 소녀시대가 보여줬던 모든 무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집합체였다. 의사소통이 힘든 해외팬들을 위해 퍼포먼스에 치중한 것은 좋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2% 아쉬웠던 것은 ‘월드투어’라는 타이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는 보이지 않았던 점이다. 멤버별 개인 무대도 없었다. 효연이 “퍼포먼스에 집중하다 보니 토크가 약하다”고 말할 정도로 노래에 치중한 콘서트였다. 그러나 집중했다는 퍼포먼스는 음악 방송을 통해서도 충분히 볼 수 있던 평범한 무대들이었다. 콘서트에서 불린 총 28곡의 노래 가운데 정규 1집 수록곡 ‘Baby Baby’를 발라드 버전으로 부른 것과 소녀시대 유닛 그룹 태티서의 ‘Twinkle’을 멤버 전체가 함께 부른 것 외에는 콘서트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없어 보였다. 태연이 기자회견에서 야심차게 말한 ‘다시 만난 세계’의 아카펠라는 한 소절에 불과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 소녀시대이기에 좋았다!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1. 색다른 무대 연출

홀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도 실제 무대와 스크린의 교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멋있는 무대가 있었다. 일본 정규 2집 수록곡 ‘Paparazzi’와 정규 2집 리패키지 타이틀곡인 ‘Run Devil Run’의 무대에서는 무대 위 인형박스 9개에 소녀시대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메인 스크린에서는 미리 촬영한 인형 박스 속 멤버별 클로즈업 영상이 함께 보였다. 파트별로 무대 조명이 멤버를 가리키고 동시에 스크린 속 인형박스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멤버가 등장해 무대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돋보였다. 이밖에도 움직이는 대형 케이크에 소녀시대 멤버들이 앉아 요정처럼 등장하기도 했고, 콘서트 내내 무대 뒤편에 위치한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시원함을 안겼다. 어설픈 홀로그램보다 잘 된 연출을 더 살리는 건 어떨지.

2. 입이 열리면 함께 터지는 매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토크 시간에서는 소녀시대의 넘치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시대는 정규 1집 수록곡 ‘그대를 부르면’을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이때 수영의 장난스런 애드립이 이어지자 윤아가 ‘Twinkle’의 멜로디로 ‘숨겨둔 보컬 나왔다’라고 개사해 불러 팬들을 즐겁게 했다. 관객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때에도 소녀시대의 재치는 계속 됐다. 티파니가 해외에서 온 팬들을 위해 영어로 인사말을 전하자 수영이 ‘콩글리쉬’로 영어를 흉내 내 웃음을 자아냈다. 배경음악으로 소녀시대 ‘Touch the sky’의 반주가 잔잔히 깔리자 소녀시대는 ‘소원아 고마워’라고 즉석에서 개사를 하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평소에 볼 수 없던 소녀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콘서트에서 단 세 번뿐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월드투어에는 귀엽고 색다른 소녀시대의 모습을 더 보여줄 순 없을까.

3. 역시 소녀시대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2013 소녀시대 월드투어 – GIRLS & PEACE – 서울 공연 현장


월드투어를 통해 소녀시대는 ‘역시 소녀시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소녀시대의 강점 중 하나는 9명의 멤버들이 틀리지 않는 군무와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평범한 무대였지만 쉴 틈 없이 완전체 소녀시대의 군무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을 찾아온 해외팬들을 위해 일본 앨범 수록곡도 8곡 가량 선보였으며 오는 19일 일본에서 발매되는 새 싱글 ‘Love&Girls’의 무대도 첫 선을 보였다. 유명 팝 넘버인 ‘Can’t take my eyes off you’도 함께 불러 모든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합해 소녀시대만의 매력이 발산된 것은 ‘Gee’의 무대였다. 소녀시대의 최고 히트곡인 ‘Gee’가 나오자 모든 관객들이 함께 춤을 따라하고 ‘지지지지 베베베베’를 떼창하며 콘서트를 뜨겁게 만들었다. 소녀시대의 강점은 살리되 관객과 하나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조금의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 ‘역시 소녀시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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