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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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 마음은 있어요. '제빵왕 김탁구',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저를 교만하거나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에요. 물론 저를 신뢰할 수 있는 게 제 노력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예쁜 탁구가 연기하는 거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돼요.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어요."

배우 윤시윤의 뜨거운 열정은 여전했다. 윤시윤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김탁구' 혹은 '하이킥'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이름을 잃어버린 배우 중 하나이기도 한 윤시윤. 이름을 잃어버리게 한 작품일지라도 그에게는 교만하거나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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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올해 방영된 KBS2 주말 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 영화 '탄생',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2'까지 열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22년을 되돌아보고 "영광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윤시윤은 "배우로서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싶다. '현재는 아름다워', '탄생', '술꾼도시여자들2'까지 올해 다 찍었는데, 사람을 많이 못 돌아봤다. 제 위주로 산 것 같다. '탄생' VIP 시사회 때 지인들에게 처음 연락했다. 오랜만에 연락해서 그런지 지인 중에 아파서 수술했다는데, 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의 꿈을 위해 응원해준 그 사람들에게 내년에는 찾아가서 인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영화 '탄생' 스틸
/사진=영화 '탄생' 스틸
윤시윤은 2014년 개봉한 영화 '백프로' 이후 8년 만에 '탄생'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탄생'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윤시윤 역)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 학구열 넘치는 모험가이자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였던 김대건의 개척자적인 면모와 더불어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사제로 성장하고 순교하는 과정을 그린다.

윤시윤은 "늘 떨린다.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에 와서 큰 화면으로 저를,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보고 있지 않나. 또 애정이 없으면 영화관에 앉아 있지를 않다. 그만큼 냉철하게 평가를 받는 게 영화라 겁난다. 지금은 제가 오디션을 따로 보지 않는 배우가 됐지만,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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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교 다닐 때 조선 후기쯤 나오는 종교, 삼정의 문란에서 나오는 것들이지 않나. 시놉시스를 봤는데 '이게 영화로 될까?' 싶었다. 거의 역사 사료더라. 의미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게 어떻게 극으로 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이게 완성이 됐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신기하다"며 웃었다.

극 중 윤시윤은 김대건 역을 맡았다. 김대건은 조선 최초의 신부로 프랑스 신부들이 조선 땅에 올 수 있도록 밀입국로를 개척하고, 아편 전쟁에 통역관으로 참여도 하며 당시 조선 말기의 다양한 모습을 겪어낸 인물.
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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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너무나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종교인으로서 위대한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제가 연기 해서도 안 됐다. 역사적 인물, 특히 성인이라 표현되는 인물을 막연하게 거룩하게 다가가면 관객에게 외면받는다고 생각한다. 거룩하게 할 수 없을뿐더러 청년 김대건, 혹시나 나의 마음과 비슷한 지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발칙한 생각으로 저답게 표현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윤시윤이 생각한 김대건 신부는 '새로운 개척자'였다. 그는 "우리 영화의 모토이기도 하다. 새 시대를 열었던 개척자 같다. 뿌리에서부터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천주교에서의 뿌리라고 생각했다. 종교인이 아니라 저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좋은 것, 진보한 게 아니라 파격적이고 때로는 고정 관념들을 없애야 하는 일들에 있어서 새로운 개척자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사진=영화 '탄생' 스틸
/사진=영화 '탄생' 스틸
또한 "종교를 떠나서 연기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순교 장면 같은 경우에는 민망하지만,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충주에서 촬영했을 때였는데, 부모님이 충주까지 내려오셨다. 30분간 가족과 기도하고 그 신을 촬영했다. 그 인물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 내가 기도하는 마음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시윤은 '탄생'을 위해 외국어 공부도 했다고. 그는 "저는 음절을 색깔로 나누었다. 단어의 뜻을 모르니까 어떤 건 보라색, 분홍색 이런 식으로 빨주노초파남보로 해놓으면 머릿속에서 단어의 색깔이 떠오른다. 시각 정보를 가지고 대사를 했다. 프랑스어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혀를 깨무는 발음이 많다. 아침마다 깨물면서 연습하니까 밥을 먹을 때 아팠다. 어느 순간 헐었다. 식사를 못 할 정도였다"고 했다.
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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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또래 배우들, 후배 연기 보면 기가 죽는다. 다들 연기를 잘한다. 기가 죽고 부러우면서도 샘난다. 저도 잘하고 싶다. 언어의 영역은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연습이 모자란 게 나오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열정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프랑스어 2시간, 중국어 1시간, 라틴어 공부 등 하루에 대여섯시간 밥 먹고 공부하고 촬영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연기 잘하고 싶다"는 윤시윤. 그는 "아직도 한국 영화를 편하게 본 적이 없다. 너무 잘하지 않나. 저한테는 미션이다. 즐길 수 없다. 잘하고 싶으니까 쉬면 안 된다. 근 손실이라고 하지 않나. 보통 몸이 줄어들까 봐 늘 그런 거 같다. 이제야 대사 좀 하고 있는데 괜히 좀 쉬면 안 되지 않나"며 웃었다.
윤시윤 /사진제공=민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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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제빵왕 김탁구',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저를 교만하게 하거나 멈추지 않는 원동력이다. 요즘 재밌는 게 영화관 로비에 가보면 '탄생' 관객은 티가 나더라. 저희 영화가 개봉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찾아와서 보기가 쉽지 않다. 정말 웃긴 게 잠도 없으셔서 조조로 많이 보러 오신다고 하더라"고 했다.

윤시윤은 "그분들이 기억하는 건 '현재는 아름다워'의 현재, '제빵왕 김탁구'의 김탁구이지 않나.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저를 신뢰할 수 있게 해준 건 제 노력이 아니라 예쁜 탁구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점점 생각한다. 이번에도 느끼는 건 저분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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