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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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정재가 연일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부터 연출, 연기까지 모든 부분을 신경 쓴 그의 '헌트'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짜릿한 서스펜스로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보도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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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거절 끝에 출연한 정우성도 열연으로 보답했다. '청담 부부'로 불릴 정도로 절친인 두 사람이 한 스크린에 담긴다는 사실만으로도 막강한 무기를 지닌 작품이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호흡은 엄청난 기대 포인트였다.

'헌트'는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작이었다. 상영이 끝난 뒤 3000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환호를 보냈다.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고.

'헌트' 상영이 끝난 뒤 외신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더 랩은 "세련되고 진지하며 빛나는 영화", 데드라인은 "액션으로 가득한 매력적인 심리 첩보전", 버라이어티는 "액션으로 가득 차 있고, 유려하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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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첫 상영 현장에서 이정재와 정우성의 존재감이 빛났다. 두 사람의 뒤에서 묵묵하게 박수를 보낸 대상그룹 임세령 부회장의 모습도 포착됐다. 임세령 부회장은 2015년 1월 1일부터 이정재와 공개 열애 중인 사이. 이정재는 스페셜 땡스투를 통해 공개적으로 임세령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개봉 전부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헌트'는 일반적인 첩보 영화와 달랐다. 탄탄하고 스타일리시했다. 5.18 민주화 운동부터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군인,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그려냈다. 또한 그 안에서 서로를 간첩으로 몰며 의심하는 '박평호'와 '김정도'의 치열한 심리전,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반전까지 세세하게 담긴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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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정재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칸 영화제에서 여러 반응에 귀를 기울인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편집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다. 자를 부분은 제대로 잘라내며 편집 및 각색을 통해 더 완벽한 작품을 구현해낸 그의 '헌트'는 덕분에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일각에서는 이 작품이 정말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 맞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

'오징어 게임'으로 이미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로서는 작품을 선뜻 내놓기가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그는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완벽히 역할을 해냈다. 뻔한 역사 이야기와 정치 편력도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감독 이정재의 연출력 덕분. 밀도 넘치는 심리 묘사는 물론 움직임으로 인물들을 표현한 이 작품은 이정재에게도, 절친한 동료 정우성에게도 최고의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 여기에 올해의 신인감독상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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