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영화 '기적'서 '간이역' 꿈꾸는 준경 역
평범한 캐릭터 연기 "칭찬하는 감독에게 따졌다"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과 호흡..."행복하다라는 느낌 처음"
영화 '기적'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적'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후회 없이 재미있게 찍었어요. 결과에 대해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 했는데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시사회 반응 찾아보다 잠들 었습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이후 숱하게 많은 작품에 출연한 박정민에게 영화 '기적'은 특별했다. 그는 "언론 시사회 이전에 영화를 먼저 봐야 했다. 사실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시사회를 잘 안 보는 편이다. 같이 보는 게 무서워서다. 이번엔 여러 상황 때문에 회사 식구 몇명이랑 함께 봤는데 너무 좋았다. 그제서야 다같이 볼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너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정민은 극 중 4차원 수학천재 준경으로 열연했다. 준경은 언제 기차가 올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다른 길이 없어 철로로 오갈 수밖에 없는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차역을 세우려고 한다.

앞서 지난해 흥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시도 해 호평 받았던 박정민이다. 대부분 출연작에서 특색 있는 캐릭터를 선보여 온 그가 이번에는 힘을 최대한 빼고 순수한 고등학생으로 분했다.

박정민은 "파격적인 역할을 일부러 고른 건 아니었다.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사실 내가 막 드러나지 않아도 옆에 있는 동료들 연기와 어우러져 빛나는 연기를 해보고 싶던 찰나에 '기적'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민은 "워낙 독특한 연기를 해와서인지 초반에는 내가 뭘 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허전했다"라며 "그런데도 감독님은 좋다고 하시더라. 저는 불만족스러워서 감독님께 따지려고 찾아갔다. 그 날 '세상을 바꾸는 15분' 같은 명강의를 2시간 넘게 들었다. 감독님이 '준경'이 어떤 역할인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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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갖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엔 왜 그렇게 웃었고 모두를 다 좋아했는지."

감독과 동료는 어떤 현장에서나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존재다. 합이 맞아야 그만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박정민에게 '기적' 팀은 각별했다. 박정민은 "'이장훈 홀릭'이었다. 감독님께 빠졌다. 이 감독님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본인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 알게 된 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궁금했고 결국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준경'의 아버지 태윤으로 분한 이성민에게도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박정민은 "어렸을 때 다른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 할 때 이성민 선배를 보고 많은 걸 배웠다. 그 시절에 제가 겪었던 감정들, 제게 있었던 일들을 내비쳤는데 그때마다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이성민 선배를 사랑하게 됐다. 어느순간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했다.

'기적'에서 '썸'아닌 '썸'을 타게 된 임윤아에 대한 박정민의 감정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처음부터 소녀시대 찐 팬이었다. 박정민은 "윤아는 제 마음의 스타였다. 어떻게 윤아한테 다가가서 편하게 연기할 까 고민했다"라며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몇 번 촬영장에서 만나다보니 윤아 자체가 좋은 사람이더라. 내가 장난을 하면 재미있게 받아줬다. 장난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어색함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또 박정민은 "급속도로 빨리 친해졌다. 그러다보니 연기하면서 불편함이 없었고 너무 재미 있었다"며"나중에는 윤아랑 더 재미있게 찍은 장면이 많은 것 같은데 이게 다였나 싶을 정도였다"라고 덧붙였다.

남매로 호흡을 맞춘 이수경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정민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배우다. 이 배우에게 이 단어가 어울릴 지 모르겠지만 당돌한 연기가 좋았다. 연기에 당당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민은 "겁이 없는 연기를 하는 친구다. 그런 연기를 제가 받아주지 않으면 수경이한테도 손해고 나한테도 손해일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친해지고, 다음엔 이수경이 뭘 할 지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라며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은 대본에 없었는데 갑자기 발로 찼다. 받아줘야 해서 받아줬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박정민은 당시 34살 나이에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졌고, 출연을 거절하기 위해 감독을 찾아 갔다. 그는 "나는 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관객들이 용서해줄까 싶은 마음에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때부터 박정민은 이 감독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미팅 때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쏟아내시더라. 영화와 참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마지막에 '정준경' 명찰이 달린 펭수 인형, 펭수 우산 등 선물을 잔뜩 주셨다. 마음이 녹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사투리 연기에 대한 고충도 있었다. 경북 봉화군 양원면에 위치한 양원역을 소재로 한 영화인만큼, 지역 사투리가 중요한 요소였다. 박정민은 "대구나 부산 사투리와 달라 익숙하지 않아 부담이 컸다. 초반에 선생님과 연습하면서 '이거 안 되겠다' 싶었다. 대구 쪽 사투리로 바꿔볼까 했지만, 그렇게 하면 진짜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이 실망할 것 같았다. 우리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노력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했다"라고 떠올렸다.

이번 '기적'에서 또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 박정민에게 연기 만족도를 물었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해도 만족도는 별로 없다. 작품에 따라 감독께서 원하는 연기가 다 다르다. 어떤 감독, 어떤 작품을 만나도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제 생각을 고집하는 버릇을 고치고 유연하게 녹아들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라고 소신있게 말했다.

관객들이 '기적'을 어떻게 보길 바랄까. 박정민은 "수만가지 시각으로 이 영화를 볼 것 같다. 마음에 드는 분, 안 드는 분 다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배우, 감독, 스태프들의 진심은 부끄럽지 않다. 저는 굉장한 결과 주의자 였다. 그래서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과정이란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남는 건 어쩌면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고마운 영화다"라고 했다.

다만 박정민은 '홍보'를 걱정했다. 사실 '기적'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보이는 것처럼 평범하지만은 않다.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얘기하지 못할 뿐이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다른 방법이 없다. '재미 없어 보이지만 그런 영화가 아니다' 이 말 밖엔 할 수 없더라"라고 말해 궁금증을 높였다.

'기적'은 9월 15일 개봉.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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