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의 거리' 주연으로 돌아온 이완
'배우'보다 '누구의 이완'으로 더 유명세
연기자로서 역량 엿볼 수 있었던 이번 작품
'제 옷에 맞는' 캐릭터 만나 연기자 역량 보여주길
배우 김태희(왼쪽부터), 비, 이완, 프로골퍼 이보미. 가족이 모두 유명인이다. / 사진=SNS, 씨네소파 제공
배우 김태희(왼쪽부터), 비, 이완, 프로골퍼 이보미. 가족이 모두 유명인이다. / 사진=SNS, 씨네소파 제공
≪김지원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수요일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데뷔 시절엔 김태희 동생으로 화제가 됐다. 김태희가 비(정지훈)와 결혼한 뒤엔 비의 처남으로 또 다시 주목받았다. 본인이 결혼하곤 프로골퍼 이보미의 남편으로 화제가 됐다. 배우 이완의 이야기다.

이완은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데뷔했다. 당시 신현준의 아역을 연기했던 그는 '아역 이완이 회전목마를 타다 성인 신현준으로 변하는 레전드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천국의 계단' 애청자들에게는 '공포의 회전목마'신으로 불리며 큰 충격을 안겼던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그렇게 화제를 모으며 연예계에 등장했지만 데뷔 19년 차에도 대표작이 여전히 '천국의 계단'으로 꼽힌다는 점은 마음 쓰린 대목이다. 이후에 흥행했다고 꼽을 만한 작품은 2015년 개봉해 604만 명의 관객을 모은 '연평해전'이다. 2002년 6월 벌어진 제2연평해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이완은 상사와 함께 참수리호를 지킨 이희완 중위를 연기했다. 이완은 후반부 해상 전투 장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비규환이 된 참수리호에서 그는 군인으로서 끝까지 사명을 다하는 모습으로 뭉클함을 선사한다. 전쟁의 참상도 일깨운다. 아쉬운 것은 이완이 조연이었기에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분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우 이완이 31일 열린 영화 '영화의 거리'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씨네소파
배우 이완이 31일 열린 영화 '영화의 거리'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씨네소파
이달 16일 개봉하는 '영화의 거리'는 이완이 '연평해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출연작이자 주연작.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들은 사투리를 쓴다. 이완은 사투리 연기가 처음. 부산과 같은 경상권 지역인 울산이 고향인 만큼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한다.

영화는 도영과 선화가 교제하던 과거와, 헤어진 후 일로 만난 사이가 된 현재가 오가며 전개된다. 현재의 도영은 '서울에서 성공한' 촉망 받는 감독이고, 과거의 도영은 '부산에서 성공을 꿈꾸던' 예비 영화인. 이완은 현재의 도영일 때는 표준어를 딱딱하고 차갑게 구사하고, 과거의 도영일 때는 부산 사투리를 친밀하고 정겹게 구사하는 차이를 뒀다.
영화 '영화의 거리' 스틸 / 사진제공=씨네소파
영화 '영화의 거리' 스틸 / 사진제공=씨네소파
뚜렷한 이목구비에 도회적인 분위기를 지닌 이완. 세련되고 까칠한 '현재 도영'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부드럽고 수더분한 '과거 도영'을 연기할 때 더 제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긴 연기 경력 동안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나지 못한 탓에 배우로서 진가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화려한 외모, 그리고 더 화려한 '누구의 이완'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깊이와 진정성 있는 연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안에는 분명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 아직 '제 작품'을 찾지 못한 미완의 배우일 뿐이다.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난다면 완성형으로 거듭날 역량이 충분하다. 누구의 이완도 아닌 오로지 배우 이완으로 완벽해지길 응원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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