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데뷔 이후 첫 주연 '원맨쇼'
"지금까지 선보인 연기 중 가장 어려웠다"
위험천만 카체이싱 직접 소화…공포감에 시달려
23일 개봉
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사진제공=CJ ENM
영화 '발신제한' 조우진./ 사진제공=CJ ENM
"영화를 보고 나니 더 살 떨리고 부담되고 긴장됩니다."

신작 개봉을 앞둔 주연 배우들의 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오랜 시간 열정을 다해 연기한 자신을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들여 촬영한 작품이 흥행할 수 있을지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앞선다.

최근 '도굴' '자산어보' '서복' 등을 통해 연이어 관객을 만나고, 이와 동시에 '외계인' '킹메이커'까지 그야말로 쉴 새 없이 현장을 누빈 배우 조우진이 데뷔 22년 만에 원톱 주연을 맡은 영화를 들고 나왔다.

94분의 런닝타임 동안 '조우진이 조우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발적인 연기 열연을 펼치며 높은 몰입도를 이끌었다. 올여름, 한국영화의 부활을 위해 선두 주자로 나선 '발신제한'의 주연 조우진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한순간 도심 테러 용의자로 지목돼 위기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조우진은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저 장면은 왜 저렇게 연기 했을까' 이런 생각만 수 십 번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겸손해했지만, 조우진이 첫 주연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은 지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TEN 인터뷰] 조우진 "22년 만에 주연 맡은 '발신제한'은 기적…소리 없이 울었죠"
조우진은 이 영화의 초반,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라타서부터 라스트 크래딧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시종 '차' 안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폭탄 테러범의 협박을 받아 겁에 질렸을 텐데도 차에 함께 타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 애써 침착해서 하는 모습, 이런 가운데서도 숨길 수 없는 공포와 긴장감을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위험천만한 카체이싱 장면 대부분을 대역 없이 소화해 냈고, 후반부 딸 혜인(이재인)을 향한 깊은 부성애까지 섬세한 감정연기로 소화해 내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그는 "그 어떤 작품보다 대본리딩을 많이 했다. 대사를 입에 최대한 붙여놔야, 급박한 상황에서 대사를 속도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보통은 모든 배우가 모여 단체 리딩 시간을 갖는데, 이번엔 상대 배우 한 명 한 명 따로 만나 대본을 맞춰 봤다"라며 "김창주 감독이 원하는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 그 찰나가 모여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완성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찰나를 건지기 위해 감독과 끊임없이 상의했고 고민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적은 없던 것 같다"라고 했다.

"악몽을 자주 꿨습니다. 매일 긴장감, 공포감, 당혹스러움 등이 공존했습니다. 늘 이런 감정을 지닌 상태로 촬영에 임했죠."

'발신제한'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카체이싱 장면이 펼쳐진다. 조우진은 '차'를 탄 상태로 연기하는 것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았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아무리 통제를 해도, 골목에서 사람이나 오토바이 등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조우진은 직접 차를 운전해 해운대 도심을 가로질렀다. 그는 "차를 워낙 좋아한다. 20대 때는 '자동차생활'이라는 잡지를 달고 살았다. 밤에 차들이 몰려오면 라이트만 보고 차량의 종류를 맞추기도 했다. 어렸을 때 꿈이 자동차 정비사여서 공고 자동차과에도 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체이싱 장면을 직접 소화한 건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조우진은 "촬영 내내 잠 한숨 제대로 잔 적이 없다. 사고 나는 꿈을 많이 꿨고, 놀라면서 깬 적도 여러 번"이라며 "촬영이 끝난 이후에야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실감이 났다. 극한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나서야 '내 정신이 괜찮은 건가?'라고 생각했고,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안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촬영을 마친 이후 혈압약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조우진은 딸 바보다. 딸 이야기만 나오면 연신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런 딸 바보의 면모가 영화에 투영됐다. 조우진은 "실제로도 딸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일하지 않나. 그렇게 일해야지 하면 딸과 같이 있는 순간이 줄어들더라. 그게 너무 속상하다. 그런 상황을 극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성애가 돋보인 연기부터 시종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까지 그의 열연엔 '진정성'이 있었다. 조우진은 "여기서 찡그려야지, 여기서 울어야지 하는 그런 계획은 없었다. 모든 상황에 '인간 조우진이 놓여 있다'라고 가정하고, 진정성 있게 임했다"라며 "솔직히 지금까지 해 본 연기 중에 제일 어려웠다. '내가 이걸 왜 하자고 했지'라는 생각을 수 십 번은 했다"고 털어놨다.
[TEN 인터뷰] 조우진 "22년 만에 주연 맡은 '발신제한'은 기적…소리 없이 울었죠"
"'끝까지 버텨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주연 배우로서 주인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만 견디는 것이 아니라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견디고 있었어요. 도망치면 큰일 나는 거죠. 버텨내야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조우진 자신에겐 첫 주연작이지만 '발신제한'은 '모두의 영화'였다. 힘들다고 토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견디면서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물을 드디어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그는 "'발신제한' 티저 포스터를 처음 본 날이 생각난다. 참회의 순간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인데,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소리 없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조우진은 자신의 팬카페에 '지금부터 벌어질 모든 일들은 기적'이라고 글을 남겼다. 촬영부터 시사회, 홍보, 그리고 개봉까지 1999년 연극배우로 시작해 22년간 단역, 조연을 거쳐 자신의 얼굴로 덮인 포스터를 마주한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조우진은 "어떤 선배님께서 '네가 출연한 영화들이 계속 개봉하고 있더라. 어떤 복을 타고났길래 그러느냐'고 하셨다. 감개무량하다"라며 "하루에 각각 다른 영화 세 편을 촬영한 날도 있었다. '멘탈을 잘 잡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임했다. 어떤 차별화 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기보다 현장 가서 극 중 인물처럼 살기 위해 노력했다. 네겐 상상도 못 한 기회들이었고, 복 된 순간들이었다. 저를 알아봐 주실 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배우 조우진./ 사진제공=CJ ENM
배우 조우진./ 사진제공=CJ ENM
"시사회 이후 좋은 반응 너무나 감사합니다. 제겐 모든 일이 기적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도망가고 싶습니다. 홍보도 해야 하는데...홍보는 하고 도망가야죠."

'발신제한'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우진은 "극장에서 스릴과 긴장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외세의 침입을 뚫고 개봉한다. 꼭 극장에서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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