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이수혁 등 주연 케이퍼무비 '파이프라인'
엉성한 팀 케미
신선한 소재 낡은 전개
영화 '파이프라인'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파이프라인'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루하다고 하기엔 오락성이 있고, 유쾌하다고 하기엔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캐릭터 간 케미도 엉성하다. 유하 감독의 신작 영화 '파이프라인'이다.

정유 회사 후계자 건우(이수혁 분)는 거액을 노리며 수천억 원어치의 기름을 빼돌리는 범죄를 계획하고 팀을 모은다. 이번 도유 작전에는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 분)를 주축으로, 용접공 접새(음문석 분), 전직 건축과 공무원 나과장(유승목 분), 굴착 담당 큰삽(태항호 분), 감시 담당 카운터(배다빈 분)가 뛰어들었다. 점차 악한 얼굴을 드러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우와 도유라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인간성까진 저버릴 수 없는 핀돌이가 부딪히면서 갈등은 커져간다.
[TEN 리뷰] '파이프라인' 캐릭터 설명만 봐도 상상 가능한 전개
'파이프라인'이 신선한 점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도유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땅속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값비싼 기름을 훔치는 꾼들의 모습을 담은 케이퍼무비.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저 이것뿐인 영화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 낭만적인 액션 누아르를 선보였던 유하 감독의 과거 영광은 빛을 잃은 듯하다. '명확한' 전형성을 가진 '파이프라인'은 영화 시작 10분 안에 앞으로 펼쳐질 전개가 예상 가능하다. 긴장감과 놀라움을 주기 위해 넣은 반전 요소나 장치들도 새롭지 않고 낡았다. 액션 누아르로 인한 습관인 건지 즐거움을 주려는 영화치곤 불필요한 욕설도 많다. 욕설이야 영화 캐릭터들끼리 하는 거지만 욕을 듣는 건 관객이다.

무엇보다 케이퍼무비는 캐릭터들 간의 쫀쫀한 케미가 중요한데 '파이프라인'에서는 팀 케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흙더미 속에서 일해도 '멋'을 포기할 수 없는 능청스런 핀돌이, 촉새 같지만 의리 있는 접새 등 '도유 팀' 캐릭터들마다 사연은 구구절절하지만 너무 뻔하다. 각자의 애처로운 사연에 공감할 수 있는 장면도 없다.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건우 캐릭터에 담으려 한 것 같으나 '악함'과 '허술함'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지 못해 캐릭터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떼쓰는 악당 정도로만 보인다.

팀 케미가 살지 않으니 배우들의 연기도 어설프게 보인다. 서인국의 대사는 간혹 발음이 뭉개져 들리고, 이수혁의 캐릭터는 전작들과 비교해도 별다를 게 없다. 음문석의 캐릭터는 억지웃음을 쥐어짜내려 한다. 다른 캐릭터들도 임팩트가 없다.

유하 감독은 잘하던 장르가 아닌 새롭게 도전한 장르였기에 미숙했던 걸까, 아니면 감을 잃어버린 걸까. 재미의 정도가 애매한 작품이다.

'파이프라인'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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