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뉴스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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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가 뒤늦게 윤여정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라며 윤여정을 치켜세웠다.

봉 감독은 지난 26일 JTBC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봉 감독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섰다. 한국 시청자들은 봉 감독의 입을 통해 정이삭 감독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 감독은 "시상자로서 공정해야 하지만 (정이삭 감독이 수상하길)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 부정할 순 없다. '노매드랜드'나 클로이 자오 감독도 훌륭하니 축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등극한 데 이어 올해는 한인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나리'가 오스카에서 주목받았다. 한국영화에 이어 한국 정서가 담긴 영화가 2년간 오스카에서 활약한 이유에 대해 봉 감독은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미나리'라는 작품 자체의 뛰어남 때문이다. 아시아, 한국, 국가와 대륙과 같이 트렌드나 콘셉트로 묶는 것보다는 '미나리'라는 개별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나 훌륭함이 있었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 또 '미나리'라는 작품이 그런데 공교롭게 또 재미교포 감독님께서 한국 가족의 이민사를 다룬 것이다 보니까 한국 영화 또는 한국인을 다룬 영화가 결과적으로는 연이어 수상을 하는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돼 이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영화'인 '미나리'가 외국어영화로 분류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영화의 '국적'에 대해 봉 감독은 "공식적으로는 제작사의 국적, 영화의 제작비, 영화의 투자 예산의 몇 퍼센트 이상을 투자한 나라가 어디냐, 이런 분류 기준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사실 그런 공식적인 구분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나리'는 사실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거고 그걸 또 한국 교포 감독님께서 자전적인 이야기로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것이다. 영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거기 회초리, 화투 이런 아주 한국적인 정서와 디테일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정서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정서적으로 봤을 때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작품이 훌륭할수록 국적이라는 걸 초월하게 되는 것 같다"며 "굳이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사실 '미나리'는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어디 관객들이 봐도 다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고 전했다.

한국 영화 102년 만에 한국 배우인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사라는 굳이 거창한 작품이 되기보다도 윤여정 선생님 일단 개인의 승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스카를 노리고 어떤 걸 준비하시고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연기 활동을 해 오시고 이런 게 아니지 않나. 연기 활동해 오신 지가 벌써 50년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꾸준히 어떤 연기 활동을 성실하고 늘 아름답게 해 오셨는데, 뒤늦게 아카데미에서 알아보고 이렇게 또 이미 사실 오스카상을 받을 만한 내공과 역량과 또 연기의 어떤 훌륭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추고 계셨던 분이다. 뒤늦게 오스카가 좀 부지런함을 떨어서 윤 선생님을 찾아와서 상을 드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베니스영화제 때 강수연 배우, 칸에서의 전도연 배우, 베를린의 김민희 씨도 있었다.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이미 연기상을 다 받았었는데 오스카가 그래도 뒤늦게 국제영화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전 세계 훌륭한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됐다. 오스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간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는 백인 위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중국계 미국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의 감독상까지 오스카의 보수적인 면이 허물어지고 있다. 봉 감독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오스카 전체 투표 회원, 투표권자들이 한 구천몇백 명 정도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그중의 다수는 백인 영화인들이 여전히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유색인종이라든가 또 미국, 영국 이외에 비영어권의 또 투표권자 회원들이라든가 이런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지 않나 생각든다"고 했다.

봉 감독은 감독상을 시상하며 '어린아이에게 20초간 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섯 명의 감독상 후보들의 답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와닿는 답변으로 봉 감독은 "다섯 분이 다 나름 충실하게 개인 소신대로 재미있게 답변해 주셨는데, 저는 특히 리 아이작 정 감독님 스토리텔러는 실제 세계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된다. 그래야만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는 되게 단순하면서도 지혜가 들어가 있는 입장도 좋았다"고 꼽았다. 또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님이 되게 짧게 하나의 신을 찍는 수백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결국 끝에 가면 딱 두 가지만 남게 된다. 맞는 방법과 틀리는 방법. 우리 감독들 입장에서는 서늘하고 무서운 코멘트였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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