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주연 송중기
우주쓰레기 청소선 조종사役
"우주 유영 장면 어려웠다"
"아버지 역할도 처음"
"의미 있는 선택? 그냥 '내가 끌리는 것'"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자체가, 같이 고생한 우리 팀 입장에서 저 역시 좋은 건 부인할 수 없죠."

배우 송중기는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 영화 '승리호'가 첫날부터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한 데 대해 이같이 소감을 밝히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느냐고 하자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게 최고의 가치인데 우리 영화는 만났지 않나. 전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감사한 일"이라고 답했다.

'승리호'는 지구가 황폐해지고 우주에 인공도시 UTS(Utopia above The Sky)가 생긴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부들이 인간형 대량살상무기 로봇 도로시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송중기는 UTS 기동대 출신의 승리호 조종사 김태호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한국영화 최초의 우주 SF 장르로, 공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 속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공개된 후인 현재도 호평과 혹평을 오가며 여전히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홍보하면서 '이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는 거구나' 체감했어요.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도 SF 시도는 많았지만 우주 스페이스 시네마에 도전했다는 기획 자체를 신선하고 재밌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아요. 더욱이 이제는 내수용을 넘어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공개라는 점도 그렇고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허름한 우주 청소선에 태극기가 그려있고 한글로 승리호라고 써있다'고 돼 있었어요. 어촌에 정박해있는 배 이름 같기도 하고, 전 그 점이 소름 돋고 재밌었어요. 미팅에서 감독님이 컴퓨터로 디자인해놓은 승리호 이미지를 보여주셨을 때 이건 단순히 신선한 정도가 아니구나, 욕심났어요. 그때부터 확 피부로 와닿는 현실적 신선함이 있었어요."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광활한 우주, 우주에 떠있는 인공도시 UTS, 흙먼지로 가득한 광화문 광장, 생활감이 묻어나는 투박한 승리호까지 한국영화 첫 우주 SF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CG를 완성해냈다. 크로마키 등 촬영의 상당 부분에 CG 작업을 위한 기법이 사용됐을 것. 촬영 중 어려움은 없었을까.

"요즘엔 현장에서 VFX팀과 협의하면서 찍는 게 보편화됐어요. 그래도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있다고 생각하며 촬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한 번은 해진 선배와 같이 찍고 한 번은 선배 없이 찍고를 반복했어요. 없으니까 동선도 까먹고 타이밍도 까먹더라고요. 하하. 무엇보다 어려웠던 우주 유영 장면이었어요. 스태프들도 다른 CG 장면과 달리 처음 해보는 거라고 걱정했죠. 하지만 스태프들이 워낙 많이 준비하고 몇 번씩이나 테스트한 결과, 지금은 다른 팀들에게 '그 장면 어떻게 찍었냐'며 문의가 올 정도라네요."

극 중 김태호는 UTS 시민이자 기동대원으로 특권을 누리며 살다가 작전 중 상부 명령 불복종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부랑자처럼 떠돌다 딸마저 잃어버린다. 태호가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 이유도 딸을 찾기 위해서다. 송중기는 "아버지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식을 키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경험해보지 않아 감히 접근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국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어요.보면서 울기도 했죠. 간접적으로나마 그렇게 접근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태호는 표면적으로는 돈을 밝히지만 실제로는 더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에요. 저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제 실제 모습을 꺼내려고 했어요."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송중기는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태고의 인물을, '승리호'에서는 2092년 미래의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야생의 눈빛을 가진 늑대 소년 역을 맡기도 했다. 송중기가 느끼는 판타지적 인물을 연기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송중기는 "이제 보니 제가 판타지 작품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아스달 연대기' 촬영 초반 쯤 '승리호' 대본을 받았던 것 같아요. 대본을 주시던 영화사 대표님도 똑같은 말을 하셨어요. 태고적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제 미래로 가면 되겠다고. '듣고 보니 그러네'라면서 신기했고 호기심도 생겼죠. 두 작품에 참여한다는 자체가 신비롭기도 했고, 고대에 있다가 미래로 간다는 게 '인연인가 보다' 싶기도 했어요. 연기하는 재미도 재미지만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를 제가 좋아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배우 송중기 / 사진제공=넷플릭스
송중기는 오는 20일 첫 방영되는 tvN '빈센조'로 안방극장 시청자들도 찾아갈 예정이다. 이 드라마에서 송중기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라는 색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캐릭터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송중기. '안전한 선택'이 아닌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안전하다는 기준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안전한 선택은 '제가 좋아하는 것'이에요. 작품의 흥행 여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계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초능력이 제게도 있다면 좋겠네요. 하하. 그런 의미에서 안전한 선택이란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의미 있는 선택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만한 그릇과 역량이 되는 깊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 안전한 선택은 '끌리는 작품'이고 그렇다면 안전한 선택을 하는 쪽이라고 오히려 말할 수 있겠죠. 너무 끌렸는데 안 하면 배 아파서 후회할 걸요."

'안전한 선택'에 대해 본인이 자신 있고 대중이 선호하는 역할, PPL 등 광고가 많이 붙을 역할들이라고 하자 송중기는 "저도 PPL 많이 들어오는 거 좋아한다. 돈 벌어야하니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제가 선택한 작품들은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거다. 하면서 매번 막막함도 느끼지만 늘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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