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라트비아서 사망
세계 3대 영화제서 수상한 거장
미투 가해자로 지목, 명예 추락
김기덕, 세계 3대 영화제→미투→코로나19 '사망' [종합]
김기덕 감독이 발트3국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1일 타스 통신이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이틀 전 코로나19로 입원했으며 이날 새벽 증상이 악화돼 숨졌다.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달 라트비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르말라에 자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신청할 예정이었는데, 감염병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 등 주요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솟았다.

1996년 '악어'(1996)로 데뷔, 2년 뒤 내놓은 '파란 대문'(1998)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섬'(2000)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을 받으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조재현이 주연을 맡은 '나쁜 남자'(2002)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됐고, 이 영향으로 국내 관객 70만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은 대종상,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수상, 국내에서도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위풍당당해 했다.

계속해서 '사마리아'(2004)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 같은해 '빈집'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까지 받았다. 한 해에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아니라 18번째 작품인 '피에타'(2012)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에 지목됐다.
김기덕, 세계 3대 영화제→미투→코로나19 '사망' [종합]
이 모든 명예는 2017년 김기덕 감독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피해자들은 김기덕 감독이 베드신과 노출 장면 등에서 폭언과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MBC PD수첩은 2018년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고,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방송사와 배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PD수첩 방송을 금지해 달라는 김 감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미투' 논란 이후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다. 국내에선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가운데 갑자기 사망소식이 전해졌고, 영화계 안팎으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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