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영화 '디바'서 다이빙 선수 수진 역
배우 신민아와 호흡
"수진처럼 트라우마, 상처 있다"
연기? "평생 걸어갈 길"
배우 신민아와 호흡
"수진처럼 트라우마, 상처 있다"
연기? "평생 걸어갈 길"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배우 이유영이 이번엔 다이빙 선수로 변신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 10m 높이의 다이빙대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고난도 동작도 마다하지 않고 열연했다.
이유영은 "사실 처음에는 1m 높이도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훈련을 거듭하면서 점점 높은 곳에 섰고, 가장 높게 올라갔을 때는 절대 못 할 것 같았던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라며 "영화에서 수진이 기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다이빙대 위에서 물구나무서는 장면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처음에는 벽에 의지하며 연습했는데, 점점 혼자 힘으로 물구나무를 섰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이유영이 다이빙 선수로 열연한 영화 '디바'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 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되었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유영은 극 중 다이빙 선수이자 이영의 오랜 친구 수진역을 맡아 극 전개에 불을 붙인다.
다이빙 종목은 찰나의 순간, 디테일이 살아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단 한 순간을 위해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늘 평가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기록을 위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가장 절친한 친구는 승승장구하고, 자신은 점점 추락해 은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면 심정이 어떨까. 영화는 교통사고 이후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이영의 모습을 그리는데, 그의 곁에는 '미스터리'한 수진이 함께한다.
"수진이 살았던 세월, 트라우마나 상처 등에 집중했어요. 친구 앞에서는 그런 모든 감정을 숨기고, 티 내지 않는 캐릭터로 표현하려고 했고요. 평소 수진이 말과 행동을 할 때는 그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이영의 회상 장면에서는 소름 끼쳐 보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유영은 "저도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한 사연이 있다. 수진처럼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은 욕망도 있다. 항상 평가받는 사회에 산다고 느끼는데 그런 점에서 수진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면서 "수진처럼 트라우마도 있다. 저 또한 그 트라우마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초라한 부분, 상처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숨기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도 저와 수진이 닮아 감정적으로 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감정 연기뿐만 아니라 이유영은 민낯에 수영복까지, 외적으로도 다이빙 선수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에 대해 이유영은 "수영복을 입는 것에 대해 신체적 노출이 부담스러웠다기보다 수영선수의 몸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라면서 "제가 마른 편이다. 마른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서 근력도 붙이고 사이즈를 키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이유영은 "제 민낯을 좋아한다. 수영선수다운 민낯과 자연스러움이 더 예쁠 것 같아서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며 웃었다.
신민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두 사람은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다이빙 연습을 했고, 여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기도 했단다. 이유영은 "무엇보다 신민아 언니의 색다른 모습을 봤다. 촬영하며 놀란 순간이 많았다"며 "예전 신민아 언니는 굉장히 사랑스럽지 않았나. 최근 방송된 드라마에 이어 '디바'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너무 놀랐다. 언니가 연기할 때 소름 끼쳤다. 날카로움을 가진 배우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영은 "신민아 언니가 이 작품에 온몸을 내던지는 느낌을 받았다. 언니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연기하는데 자극이 됐고, 시너지 효과가 더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유영은 스릴러 장르에 출연한 경험이 여럿 있다. 지금까지 독립영화, 상업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연기 했지만 비교적 어두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았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그의 모습은 더더욱 낯설지 않다. 이유영은 "실제로 저를 본 기자들이나 관계자들은 영화에서 본 이미지와 아주 다르다고 한다. 그동안 사연 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어두울 거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재미있고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겉으론 잘 드러내지 못하지만 순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다만 이유영은 "'디바'에 출연하면서 조금 더 센 캐릭터에 욕심이 생기더라. 예전엔 늘 어두운 역할을 연기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물을 맡고 싶었다. 드라마를 통해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했고, '디바'를 찍고 나니 신민아 언니가 연기한 이영처럼 극한까지 감정을 끌어올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졌다"라고 소망했다.
"촬영할 땐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아요. 편집과 연출의 힘으로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완성되고, 그 작품에서 내 모습이 보여질 때 벅차고 감동적이죠. 그리고 나면 또 빨리 연기하고 싶어져요. 새로운 작품에서 색다른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솟구칩니다."
이유영은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진학한 이후, 2014년 저예산 영화 '봄'에 출연하면서 밀라노 국제 영화제 여우주연상, 2015년 올해의 영화상, 부일영화상,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같은 해 '간신'으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데뷔 초기부터 연기력을 인정받고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가고 있는 그녀는 '연기'에 대해 "평생 걸어갈 길"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사람 이유영'에 대한 소중함도 내비쳤다. 이유영은 "다이빙 선수, 직장인, 배우 등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가를 받고 산다. 특히 배우는 훨씬 많은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다. 이미지를 생각하다 보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과거엔 '배우 이유영'에게 집중하고 살아왔다면 요즘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연기를 안 하는 순간의 이유영은 어떤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욕망이 과하면 해가 된다. 욕심이 커질수록 나를 더 피폐하게 만든다. 그래서 즐겁게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신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무리 생각을 차분하게 하려고 하고, 스스로 떳떳하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잡생각을 줄이니 정신이 맑아졌다"며 웃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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