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총선을 맞아 선거 관련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가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언제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과 치열한 싸움은 좋은 시나리오 소재로 쓰인다. 총선을 맞아 선거를 다루거나 배경으로 썼던 영화를 짚어봤다.

한국 영화

◇입만 열면 진실을 말하는 정치인
'정직한 후보' 스틸
'정직한 후보' 스틸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면? 영화 '정직한 후보'(2020)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선거까지 단 14일 남은 시점. 정직할 수밖에 없는 주상숙은 하지 말아야 할 말로 보좌진을 당황시키고 많은 논란을 일으키지만 시원한 발언 등으로 순식간에 실검 1위에 오르는 등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다. 마치 뇌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바로 말이 나오는 듯한 주상숙의 솔직함은 거짓말로 살아가는 우리네 정치인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 수 153만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 개봉작 중 두 번째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으로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작품이다.

◇대중은 내면보다 이미지를 본다
영화 '특별시민' 스틸
영화 '특별시민' 스틸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 오직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그는 추악한 정치인의 모습이자 현실 속에 살아 숨 쉬는 괴물이다. 영화 '특별시민'(2017)은 변종구를 통해 선거판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리며 권력욕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정면으로 다룬다. 선거 기간 중 상암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에서 수습하는 척하던 변종구가 낮잠을 자거나 고급 초밥을 시켜 먹는 모습은 '정치는 이미지고 하나의 쇼'라는 말이 실감 나게 한다. 특히 변종구가 당선을 위해 딸을 희생양으로 삼는 장면에서는 권력이란 무엇이고, 과연 뭘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유권자가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수작이다.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조폭 두목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스틸
목포 최대 조직의 보스 장세출(김래원). 우연히 버스 추락 사고에서 시민을 구하며 영웅으로 떠오르고, 나중엔 국회의원에 출마하기에 이른다. 높아만 가는 장세출의 입지에 3선을 노리던 다른 후보 최만수가 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면서 일은 꼬여만 간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은 생생한 선거 현장을 재현한 영화다. 마치 실제 유세 현장을 담은 듯한 유세 트럭, 후보 포스터, 정당 유니폼 등의 소품이 등장해 관객을 총선의 한 가운데로 옮겨 놓는다. 장세출이 건설사 철거 용역을 나갔다가 상인들 편에 서서 싸우는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을 만나 첫눈에 반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하지만 티끌까지 탈탈 털리는 세상에 조폭 보스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은 작위적이라 집중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 단점이다. 최종 관객 수는 109만명으로 손익 분기점 250만명 달성에는 실패했다.

외국 영화

◇나의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한다면
'스윙보트' 스틸
'스윙보트' 스틸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만약 두 후보자가 같은 수의 표를 받게 되었다면. 그리고 대통령을 뽑을 딱 한 표가 내게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스윙보트'(2008)는 무효표로 인해 미국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게 된 철없는 홀아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버드는 세계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놓고 열흘의 시간을 갖는다. 절박한 두 후보는 오직 버드를 향한 구애에 경쟁적으로 나선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초대받거나, 유명 레이싱 선수가 직접 차를 몰고 방문하거나, 그가 낚시하던 강이 자연보호구역이 되는 등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진다. 전 세계 언론 역시 주인공이 누구에게 표를 던질 것인지를 궁금해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한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나의 한 표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이 영화는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투표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투표에 대한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선거를 앞두고 가족들과 함께 보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정치판의 리얼한 모습을 고스란히
'킹메이커' 스틸
'킹메이커' 스틸
대통령 선거의 이면에는 언제나 조력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킹 메이커'의 역할에 따라 판세는 흔들리고, 때로는 뒤집어진다. 각자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서 거슬리는 것은 치우고, 득이 된다면 적이라도 끌어들여야 한다. 영화 '킹메이커'(2012)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캠프 홍보관인 스티븐(라이언 고슬링)과 상대 후보 캠프의 총괄인 더피(폴 지아마티) 등이 펼치는 모략과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타고난 전략가 스티븐은 모리스 주지사를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치명적인 비밀을 알게된 후 위기에 빠진다. 영화는 직설적이고 냉소적이다. 정치판에 난무하는 온갖 권모술수를 보다 보면 저절로 정치혐오에 빠질 지경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정치판을 개혁하려면 투표가 중요하다는 역설을 설파한다. 더럽다고 눈을 감으면 오히려 뒤집어쓸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대통령을 만드는 자들의 혈전
'프레지던트 메이커' 스틸
'프레지던트 메이커' 스틸
어쩌면 선거는 이미지를 보고 표를 던지는 인기투표일지도 모른다. 평소 고개도 잘 숙이지 않던 의원들이 선거철이 되면 갑자기 귀여운 춤을 추며 재롱잔치를 벌이는 것도 친숙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다. 영화 '프레지던트 메이커'(2015)는 대통령 선거 설계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다. 은퇴한 선거 전략가인 제인(산드라 블록)은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지만 후보가 매력적이지 않아 의욕이 없다. 그러다 과거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캔디(빌리 밥 손튼)가 상대 후보의 컨설턴트로 나선 것을 알고 난 뒤 전투력이 급상승한다. 과연 그녀는 지지율 꼴찌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코믹한 산드라 블록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중 하나다. 정치 영화지만 2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은 코믹한 요소가 장점. 좋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놀라운 전략과 전술로 판도를 역전을 시키는 모습은 선거와 유권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