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클로젯'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직한 후보'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영화 '남산의 부장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클로젯'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직한 후보'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화 촬영, 개봉, 홍보 등 모든 일정이 올스톱 됐고, 대부분 관객들도 안전을 고려해 극장을 찾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극장 관객수는 735만 8661명으로 지난 10년간의 월 관객수 중 최저를 기록했다. 3월 들어서 관객수는 더욱 줄고 있다. 지난 1일부터 5일 사이 38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54만명으로, 6분의 1수준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월에는 감염병 위기경보에서 심각단계로 격상됐다. 이 시기 개봉한 영화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 언론시사회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받아 흥행을 예상한 영화들이 '코로나19'의 덫에 걸려 '흥행 날개'를 접어야 했다.

1월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은 '코로나19'가 확산 됨에 따라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린 중앙정보주장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첫 날 25만205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히트맨' '미스터 주:사라진 VIP' 등 경쟁작을 제치고 단숨에 박스오피 1위를 수성했다.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물론, 긴장감 있는 스토리로 호평 받으며 흥행을 이어갔다.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누적 관객 474만9963명(3월 6일 기준)을 동원했다. 2월 5일 신작 '클로젯'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로 내려 앉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로 극장 관객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남산의 부장들'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 당시 정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실관람객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젊은 관객들도 영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예상만큼의 관객을 동원하지 못했다. 사실상 손익분기점 500만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산의 부장들'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클로젯'은 하정우·김남길의 첫 호흡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는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쫄깃한 긴장감과 독특한 미장센 등으로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개봉 이후 7일간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코로나19가 확산 되면서 관객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연배우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에 휩싸이면서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 3월 6일 기준 관객수는 126만7308명으로 손익분기점인 215만 달성을 이루지 못했다.

라미란 주연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코로나19'에 정면으로 맞섰다. 몇 몇 영화들이 개봉을 연기했지만 '정직한 후보'는 힘든 시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각오로 나섰다. 라미란의 온 몸을 던진 코믹 연기 원맨쇼를 앞세워 개봉 7일 만에 100만을 돌파하했지만, 점점 더 악화되는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나가진 못했다. 2월 23일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 되면서 관객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3월 6일 기준 146만 3371명을 동원, 손익분기점 150만을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퇴장수순을 밟고 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 전도연, 윤여정, 배성우, 신현빈, 정가람 등 충무로 대표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19 공포가 최절정에 치닫으면서 흥행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으로, 배우들의 구멍없는 연기와 숨막히는 전개, 독특한 구성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기대를 높였다.

이 영화는 당초 지난달 12일 '정직한 후보'와 함께 개봉하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차례 개봉을 연기해 19일에 관객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개봉 첫 날 7만 관객밖에 동원 하지 못했다. 박스오피스 1위에는 올랐지만 주말에도 10만을 넘지 못하는 등 흥행에 참패했다. 지금까지 54만4348명(3월 6일 기준)을 동원, 100만도 넘지 못한 채 상영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초 호기롭게 관객을 만나려고 했던 질 좋은 작품들이 코로나19의 덫에 걸려 '흥행'이라는 꿈을 펼치지 못했다. VOD 등을 통해 선보이겠지만, 경제적 손실은 둘째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이고 싶었던 배우, 제작 관계자들에겐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한편 2월 말 개봉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 3월 개봉 예정이던 '결백' '침입자' '콜' '이장' '밥정' '기생충:흑백판' 등 많은 영화들이 코로나19의 덫을 피해 개봉을 미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올랐던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용길이네 곱창집' 등만이 예정대로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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