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애지중지 가꾸던 복숭아나무의 열매를 먹고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를 갖게 된 젊은 부부는 한없이 기뻐한다. 복숭아나무가 건네준 것이 비극의 씨앗인지도 모른 채. 그리고 그 씨앗은 “세포를 반으로 나눠서” 쓰는 상현(조승우)과 동현(류덕환)으로 자라난다. 형제는 늘 함께 있지만 결코 같을 곳을 볼 수 없고, 서로 마주 볼 수도 없다. 샴 쌍둥이란 이유로 어머니에게도 괴물 취급을 받고 평생을 집에서만 머물던 이들에게 어느 날 한 여자(남상미)가 나타난다. “엄마처럼 무섭지도 않고, 엄마처럼 예쁜” 그녀는 형제에게 곧 세상 그 자체가 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한 이 동화의 끝은 ‘그래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관람 포인트: 에는 화젯거리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배우로 더 알려진 구혜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데다 조승우의 전역 후 첫 영화다. 여기에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류덕환, 남상미의 가세는 샴 쌍둥이와 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이야기에 궁금증을 더한다. 이미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배우들과 함께 감독은 전작 보다 더 환상적인 세계를 꿈꾼다. 타자기로 글을 쓰고, 마차를 타고 복숭아를 따러 가는 그곳은 시간도 멈추고 현실의 냄새도 탈취된 동화 속 공간이다. 남과 다른 모든 것에 낙인을 찍는 세상에 대한 은유를 몸에 새긴 샴 쌍둥이 형제의 아픔이 환상 동화 안에서 희석되지 않고 전달되는 것이 관건이다.

특수효과 궁금 지수 ★★★
조승우와 류덕환을 대체 어떻게 샴 쌍둥이로 만들었는지 보기 전엔 짐작하기 힘들다. 괴물이라 손가락질 받는 동시에 “언제나 둘이라 외롭지 않은 신의 축복”을 받은 형제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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