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메인 포스터.
‘간신’ 메인 포스터.
‘간신’ 메인 포스터.

연산군 11년, 폭정이 극에 달하고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간신들은 득실댔다. 연산군(김강우)은 임사홍(천호진) 임숭재(주지훈) 부자를 채홍사로 임명해 조건 각지의 미녀를 징집했다. 최악의 간신으로 기록된 임숭재와 임사홍 부자는 왕을 홀리기 위해 뛰어난 미색을 갖춘 단희(임지연)를 간택해 직접 수련하기 시작하고, 임숭재 부자에게 권력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던 장녹수(차지연)는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이유영)를 불러들여 단희를 견제한다.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시작되고, 단희와 설중매는 살아남기 위해 조선 최고의 색(色)이 되기 위한 혹독한(?) 수련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연산군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21일 개봉.

‘간신’ 스틸.
‘간신’ 스틸.
‘간신’ 스틸.

10. 살색으로 풀어낸 핏빛 역사의 비극 ? 관람지수 7

흥청망청. ‘돈이나 물건 따위를 마구 쓰는 모양’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 흔히 쓰는 이 단어의 유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영화 ‘간신’은 이 단어의 어원에서 시작됐다.

연산군은 채홍사를 파견, 전국의 미녀와 기생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그들을 ‘운평’이라 칭했고, 그중 궁중에 들어간 자를 ‘흥청’이라 불렀다. 그리고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연산군을 두고, 흥청과 놀아나다 망했다 해서 ‘흥청망청’이란 말이 생겨났다. ‘간신’은 이 과정을 스크린에 옮겼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탐욕과 광기, 복수 등 여러 인물의 각기 다른 감정을 혼합시켰다. 그동안 숱한 작품에서 연산군을 다뤘음에도 ‘간신’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간신’은 간신 임숭재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역사에 조선 최고의 간흉으로 기록됐지만, 사실 임숭재가 영화, 드라마 등에 전면으로 드러났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만큼 임숭재는 신선한 인물이자, 실존 인물이다. 당연히 이전 연산군을 다뤘던 작품들과는 다른 이야기의 틀을 갖췄다. 임숭재 시선으로 그려진 연산군과 장녹수 역시 색다르게 다가온다. 임숭재의 눈에 연산군은 군주를 떠나 자신의 권력을 채울 수 있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것처럼, 장녹수의 젖을 물고 있는 연산군의 모습 등도 흥미로운 장면이다.

주지훈 김강우 차지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임사홍은 어떤 면에서 연산군 이상으로 권력을 향한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단희를 대할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지훈은 영화 전체의 감정을 이끌면서도 탐욕과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냈다. 또 숱한 연산군과 장녹수가 있었지만, 김강우와 차지연은 이전과 다른 연산군과 장녹수를 만들었다. 입체적으로 그리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음에도, 그 안에서 최선의 방법과 최고의 효과를 자랑했다. 물론 이는 민규동 감독의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다른 축은 단희와 설중매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하는 등 캐릭터 설정 자체만 놓고 보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희와 설중매, 임지연과 이유영에게 주어진 미션은 ‘살색’ 향연이다. 에로틱한 몸짓을 하면서도 에로틱한 감정은 멀리해야만 했다. 두 배우가 살색으로 맞붙는 장면은 잘 짜인 액션의 합을 보는 것 같다. 상당한 노출 수위에도 그 노출이 그리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이 역시도 민규동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다.

그리고 이 살색은 살색에 머무르지 않고, 핏빛으로 확장된다. 결국 연산군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도, 간신 임사홍 임숭재 부자를 벼랑 끝으로 모는 것 역시 살색에서 기인한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돼지와 연산군의 앙상블(?)은 꽤나 인상적이다. 또 한 가지 특색은 판소리 내레이션. ‘군도’에서의 내레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장녹수 역을 맡은 차지연이 이를 소화했다. 중요한 건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다. 분명 초반에는 신선하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제공.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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