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펜트하우스 시즌3' 종영
이지아, 김소연 등 극단적 선택으로 최후
자살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제시 '눈살'
시청자 "자살 미화, 사람들이 따라 할까 봐 걱정" 비판
'펜트하우스3' 포스터 / 사진 = SBS 제공
'펜트하우스3' 포스터 / 사진 = SBS 제공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자살이 숭고한 희생? 안타까움과 미화는 다르다

"우리의 죽음이 헛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을 지킨 거니까."

지난날을 후회, 자책하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심수련(이지아 분)의 최후. 그의 내레이션만 들으면 마치 그의 자살이 모두를 위한 숭고한 희생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과, 그 사람의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평가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 특히 영상콘텐츠에서 자살 장면을 신중하게 묘사할 것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자살 후 천국에 간 듯한 엔딩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살 미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 최종회에서는 천서진(김소연 분)에 의해 절벽에서 추락한 심수련이 끝내 시신으로 발견되고, 천서진 딸 하은별(최예빈 분)의 증언으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천서진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최후가 담겼다.
사진=SBS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사진=SBS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그러나 심수련의 죽음엔 반전이 있었다. 로건리(박은석 분)로부터 특수 제작된 구명조끼와 위치추적기를 받았지만, 일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천서진의 팔을 붙잡고 절벽 끝으로 가 스스로 바다에 빠진 것.

이러한 심수련의 극단적 선택에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끔찍히도 사랑하는 자식들 주석경(한지현 분), 주석훈(김영대 분), 주혜인(나소예 분)과 로건리를 냅두고 죄책감에 죽음을 선택한 심수련의 선택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복수로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고, 자신 역시 주단태(엄기준 분)를 총으로 쏴 죽이는 등 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 그러나 그럴수록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살았어야 했거늘, 너무 쉽게 목숨을 버리는 엔딩은 그저 끝을 맺고 싶은 작가의 무책임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몇 년 후 골수암이 재발해 죽은 로건리와 혼이 되어 함께 긴 터널을 걷는 마지막 '영혼의 엔딩'은 사람을 죽이고 자살한 사람이 '천국'에 갔다는 설정으로까지 보이게 한다.
사진=SBS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사진=SBS '펜트하우스3' 방송 화면.
이날 방송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심수련 뿐만이 아니다. 김순옥 작가는 최종회에서 무려 세 명을 결말을 '자살'로 처리했다. 로건리 역시 사망의 원인은 골수암이지만, 사랑하는 심수련 곁으로 가려고 일부로 치료를 거부해 죽음을 맞았다.

또한 누구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악행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아야 하는 천서진 역시 작가는 "모든 것이 미안합니다. 제 딸에게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은별아. 엄마처럼 살지 마. 넌 꼭 행복해야 돼. 사랑한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약을 먹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모성애' 강한 엄마로 아름답게 포장했다. 이유 없는 갑작스러운 특별 귀휴(보통 직계존속의 사망이나 혼례,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할 때 주어지는 귀휴지만, 천서진의 경우 어느 쪽도 해당 되지 않았다)로 교도소를 나와 찾아간 '낙원' 모텔 옥상에서 말이다.
사진=SBS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캡처
사진=SBS '펜트하우스3' 시청자 게시판 캡처
이에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자살 미화 드라마냐", "아이를 지켰다는 대사를 하며 자살하는 부모가 진정 아이를 생각하고 지킨 건지",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남은 사람들 생각 안 하고 자살하는 게 보기 안 좋다",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소중히 생각 안 하고 따라 할까 봐 걱정이다", "죄의식은 많은 생명을 살리면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참회하며 살아야 했다고 본다" 등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2019년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TV와 영화 등에서 부적절한 자살 장면이 거듭 표현돼 의도치 않은 불상사가 이어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조치로 4가지 기준을 담은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자살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자살을 문제 해결의 수단처럼 제시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며 △동반 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 같은 장면을 지양하고 △청소년 자살 장면은 더 주의한다는 게 그것이다.
'펜트하우스3' 스틸컷./사진제공=SBS
'펜트하우스3' 스틸컷./사진제공=SBS
그러나 '펜트하우스3'는 극 전개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살하는 인물을 클로즈업하거나 희생과 모성애 등의 감정을 담아냈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말이다. 이런 설정과 연출이 보는 이에게 거부감을 주고 우울감을 가중하며 심지어는 유사행동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하지 못했던 걸까.

그간 죽은 사람들을 계속 살려내며 '좀비 하우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듣더니 마지막에는 모두를 죽이고, 자살까지 아름답게 포장하는 최악의 결말을 선택한 '펜트하우스3'. 처음부터 끝까지 '막장'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싶었던 게 '펜트하우스'에 의도였다면 대성공한 듯싶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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