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모범택시' 종영 인터뷰
"이중적 캐릭터 맡아 고민 多"
"악역될 줄 알았다고? 서운해"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악역하는 게 지겹냐고요? 연기의 목표가 다름이 될 순 없어요. 매번 달라야 된다는 부담은 없습니다. 어떤 캐릭터든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죠."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던 김의성은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화끈한 사적 복수를 통해 '빌런'들과 맞서 싸웠다. 워낙 '악역 이미지'가 강한 탓에 시청자들은 "김의성이 악역으로 돌아설까 조마조마"하다며 숨죽이고 지켜봤다. 결국 그는 끝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고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많은 응원을 받았다.

지난 29일 종영한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김의성은 극 중 '무지개 운수'와 '파랑새 재단'의 대표를 겸임하는 장성철 역을 맡아 사적 복수 대행 작전으로 악을 처단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살피는 다면적인 연기를 통해 중심 서사를 이끌었다.

작품을 끝낸 김의성은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를 만났다. 그는 "오랜만에 드라마를 했는데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응원해주셨다"며 "끝날 때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기쁘다.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찾아봤냐'는 물음에 김의성은 "온라인 반응은 상처 받을까봐 조심하는 편이다. 가끔 누가 전해주는 걸 보는데 좋은 반응이 많더라. 식당갔을 때도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은 우리 편이야'하는 것 같았다. 따뜻한 응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시청자들은 장성철 캐릭터에 반전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 수많은 악역을 맡아온 김의성이 모습이 겹쳤기 때문. 그는 이런 반응이 "서운하다"고 했다. 빙그레 웃음에 이어 "전작들에선 응원받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하니까 나도 좋다"며 "캐릭터를 향한 미움도 배우에 대한 사랑이다. 다른 방식으로 사랑 받는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김의성은 이번 작품에서 양면적인 캐릭터를 맡아 "연기적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고 쭉 읽으면서 이 인물의 키워드는 '이중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사람들을 돕고 눈물 흘리며 위로하는데 밤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범죄자를 처벌하고 사설 감옥에 가두고 그걸 지켜보며 협박한다. 이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다가 그의 이중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둘 중 뭐가 이 사람인지,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지 계속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둘 다 진짜다. 분열적인 모습이 장성철이다. 그 이상함과 아이러니가 이 사람 자체"라고 말했다.

'모범택시'는 피해자들의 복수를 그리는 과정에서 가학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의성은 "나도 '너무 심하지 않나?'라고 느꼈다"며 "특히 1부에서 장애인 여성 에피소드는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부에서 가해자를 똑같이 복수해주니까 사람들이 엄청 열광하더라. 그 장면으로 '우리는 이런 드라마야'라고 보여준 것 같다. 내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거다. 성인들이 보는 드라마였기에 못 받아들일 정도의 수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라마, 영화 안에서는 웃음도 눈물도 폭력도 오락"이라며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성인들에게 제공할 만한 즐거움의 범위 안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의성은 "진짜 위험했던 건 표현의 수위보다 주제였다"고 말했다. "사적 복수는 청소년들이 안 봤으면 하는 주제였어요. 나중에 어른이 된 다음에 이것과 관련된 생각을 토론하고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표현보다는 주제가 훨씬 위험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부담스러운 작품인데도 선택한 이유가 뭘까. 김의성은 "회사 사람들과 차기작 이야기를 하다가 '사적 복수'를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날 이 대본을 받았다. 운명이었다"며 "그날 밤에 읽고 '이거 하자'고 했다. 감독에게 튕겨볼 시간도 없었다. 기획이 좋았고 캐릭터를 연구해볼 만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PD가 한다고 하니 더 궁금했다"고 밝혔다.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모범택시' 배우 김의성/ 사진=키이스트 제공
'모범택시'는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했다. 평소 사회적 이슈에 관심 많은 그이기에 남달랐을 터. '찍으면서 다시 되새긴 게 있냐'는 질문에 김의성은 "그렇게 접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갖고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메시지 전달보다 어떻게 하면 재밌을지 고민했다. 시청자들은 이미 스스로 메시지를 꺼내고 있으니까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태도를 갖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장성철의 신념에 동의하냐는 물음엔 "그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연기하는 동안은 내 걸로 받아들였다"면서도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100% 이해하지만 실제로 그 신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김의성은 '모범택시'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식당 아줌마가 서비스를 많이 주게 한 작품"이라며 웃었다. 차기작도 호감형 인물로 나오고 싶냐는 말에 그는 "별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의성은 "이번에 운이 좋았으니까 된 거지 이걸 바라면 상처만 입는다"며 "좋았던 걸 한 번 더 반복하는 건 항상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연기할 때도 되게 잘했던 걸 반복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새로운 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도 없어요. 재밌는 일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죠. 캐릭터가 중요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중요해요. 이왕이면 하와이 같은데서 찍으면 좋고, 돈도 많이 주면 더 좋죠. 하하."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