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앨리스' 종영 인터뷰
"시청률 15%는 나올 줄 알았어"
"후회스러운 작품, 많이 울었다"
"이제껏 안 해본 것 도전하고파"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름대로 안 해본 걸 했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고, 좋은 반응이 있으니까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앨리스'를 통해 다른 장르물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지난 2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희선은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로 얻은 것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 24일 종영한 '앨리스'는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김희선은 박진겸(주원 분)의 엄마 박선영부터 천재 물리학자 윤태이까지 1인 2역을 맡아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남다른 캐릭터 분석력을 선보였다.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김희선은 "이번 드라마는 후회스러운 점이 많아 끝나고 엄청 울었다.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많이 서운했던 것 같다"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선방한 것 같고, 열심히 예쁜 도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아쉬웠던 점에 대해 "한국 드라마의 제작 여건을 탓하는 건 아니"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김희선은 "하루에 2개 역할을 소화하는 날이 많았는데 장소 대여, 시간, 제작비 때문에 선영을 연기하고 분장과 스타일만 바꿔서 태이 역할을 해야 했다"며 "아직 가슴 속에 선영이가 남아있는데 시간에 쫓겨 태이 분량을 연습했던 게 아쉬웠다. '시간을 줬으면 더 열심히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런 여건 속에서도 잘해야 한국 배우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SF 장르물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25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딱 맞는 옷을 그때 그때 잘 입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모험도 하고, 도전도 하고 싶어졌다. 물론 다 성공할 수 없겠지만 쓴소리를 들어가면서 도전하는 것도 인생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제껏 안 해봤던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인 2역에 대해선 "한 작품에서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맡는 게 한계가 있다"면서도 "목소리 톤을 다르게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 1인 2역은 찍을 땐 힘들지만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재밌다. 한 장면에 선영과 태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며 신기했다"고 했다.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희선이 다양한 연기에 도전한 건 최근 들어서다. 그는 "'품위 있는 그녀'도 나름대로 도전이었다. 평범한 엄마 역할이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이제 이런 역할 밖에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며 "이후 김해숙 선생님과 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출연한 '나인룸'에선 처음 장르물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리스'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할 수 있는 SF장르를 완벽에 가깝게 해내고 싶었어요. 거기에 휴먼도 있고 신파적인 요소도 있고, 액션도 있었죠. 20대, 30대, 40대를 모두 연기할 수 있단 것도 욕심이 났어요. 불안했지만 감독님 이야기를 믿고 했죠"

그렇게 도전한 '앨리스'에서 김희선은 주원의 엄마 역할을 맡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그는 "주원도 고등학생 역할이라 걱정했겠지만 나도 엄마처럼 안 보이면 어쩌나 싶었다"면서도 "기우였다. 다행히도 정말 모자처럼 보였다"고 웃었다. 이어 "이렇게 큰 아들이 있는 젊은 엄마도 좋은 것 같다"며 "다시 태어난다면 아이를 일찍 낳고, 나중에 친구처럼 술 한잔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뜨거운 반응이 나온 건 20대를 연기한 김희선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1999년 방송된 드라마 '토마토' 출연 당시와 미모가 똑같다는 반응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희선은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사실 CG와 의상의 힘을 빌려 5살 정도 어려보일 순 있지만 목소리가 20대 때와는 달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나이 든 내 상태를 깨닫게 됐다. 앞으로 운동도 많이 하고 더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많이 안 변했다고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다시 시도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의 20대 연기는 그의 변함 없는 미모는 물론, '토마토'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링으로 주목 받았다. 이에 김희선은 "곱창 밴드는 백수찬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며 "'토마토'도 SBS 작품이고, 당시 작가님과 백 감독님이 친분이 있어 전화로 '토마토'를 빌려 쓴다고 이야기 했다더라. 예전부터 저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김희선의 옛 모습이 생각났을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시간여행의 중심이었던 김희선은 비슷한 장면과 감정을 여러번 표현해야 했다. 이에 대해 "모든 작품을 통틀어 '앨리스'에서 가장 많이 죽은 것 같다"며 "똑같은 장면을 찍어서 힘들다기보다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실제 나의 초등학생 딸 아이를 떠올리며 엄마가 죽을 때 얼마나 가슴 아플지 생각하면서 연기해 찍을 때마다 울컥했다"고 설명했다.

결말에 만족하냐는 물음엔 "열린 결말이라 만족한다"면서도 "끝 부분에 진겸이 한옥집 앞에서 엄마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보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나도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과거 상황 자체가 바뀐 것으로 이해했다. 감독님이 너무 열린 결말을 주셔서 매일 생각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장르물이지만 모성애가 두각을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태이는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역할이라 시청자와 함께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큰 틀은 모성애고, 나머지는 드라마적 요소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보이는 그대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김희선은 시청률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앨리스'는 방영 내내 평균 8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최고 기록은 10.6%를 기록했다. 이에 김희선은 "시청률에는 불만이 많다"며 "15%는 넘을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좋은 기사, 댓글이 있어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시청률"이라며 "모두 잘 나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래도 감독님과 한 가지 위안을 얻은 건 미니시리즈 중에 시청률 1위를 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라리 시청률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화제성 같은 지표도 있잖아요. 좋은 반응과 기사가 나와도 시청률이 안 나오면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요.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앨리스'에서 열연한 배우 김희선/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희선은 '앨리스'를 통해 "다양한 팬을 얻었다"며 "그간 안 해본 걸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른 것도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장르물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배우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대중들이 좋아한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어요. 이번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합니다"

배우, 그리고 엄마 김희선으로서의 계획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라 드라마를 같이 봤는데 좋아했다"며 "일을 안 하다가 하니까 허리가 아프더라. 쉬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바로 열일해야겠다. 다가오는 할로윈에는 딸과 함께 사탕을 까먹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지금까지 해온 것만큼 살아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라는 단어가 딱 맞는 세상이잖아요. 다같이 코로나19를 이겨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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