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1│대상 <마라톤 보이>, 불편함을 마주하는 자리
, 불편함을 마주하는 자리" />< EIDF 2011 - 마라톤 보이 > 월 EBS 오후 10시 40분
다큐멘터리의 뜻이 ‘기록’인 것을 생각해보자. 오랜 시간을 들여 무엇인가를 추적하고 기록하는 방식의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때 그 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기록하고 영상으로 남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보다 더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도의 마라톤 천재 소년 부디아 싱의 삶을 따라가는 도 마찬가지다. 3살의 나이에 하프마라톤 6번을 완주한 부디아가 천재소년으로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을 때, 이 아이의 미래는 그의 코치인 비란치가 꿈꾸었던 것처럼 밝아보였고 이 다큐멘터리 역시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되려는 소년의 성장을 응원하며 마무리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스포츠 만화가 될 수 없는 현실은 이내 그 잔인함으로 천재 ‘마라톤 보이’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어린 부디아를 학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도의 정부권력은 비란치와 대적하고, 그 틈에 정치 싸움과 언론까지 가세한다. 푼돈을 받고 행상에게 아들을 팔았던 생모가 코치가 돈을 벌어놓고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하여 다시 지옥 같은 빈민촌으로 부디아를 데려간 순간, 이 다큐멘터리의 결말이 인도 빈민가를 다루고 있는 영화 나 발리우드 영화의 그것과는 다르리라는 사실은 분명해진다. 는 결말의 비극 앞에서 누구에게도 면죄부를 주지 않고 ‘사실의 기록’에 충실함으로서 어른들의 몸싸움 속에 파묻혀 사라져버렸던 부디아의 얼굴을 다시 보게 한다. 자신을 키워준 코치의 부음에도 울지 않는 아이의 얼굴. 가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부디아의 성장이었을지 모르나, 남은 것은 그 허무한 얼굴과 해결되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뿐이다. 그리고 부디아와 같은 아이들은 전 세계에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이 바꿀 수 없고 어쩌지 못하는 자리에 ‘불편한’ 이야기인 다큐멘터리가 있다. 그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시대에 와 같은 좋은 다큐멘터리는 더욱 소중하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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