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정치>, MBC의 받아쓰기는 몇 점?


<제 18대 대통령 당선자 박근혜 “약속의 정치로, 국민행복시대를 열다”> 목 MBC 밤 9시 15분



대선 직후 방영되는 당선자 관련 다큐멘터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당선자의 인생역정과 주요 경력을 시청자에게 안내하는 게 하나, 당선자의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대선 과정에서 생긴 불화를 얼마간 봉합하는 것이 둘째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제 18대 대통령 당선자 박근혜 “약속의 정치로, 국민행복시대를 열다”>(이하 <약속의 정치>)도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약속의 정치>는 종종 두 번째 목적을 위해 첫 번째 목적을 망각하는 우를 범한다. 예를 들어2004년 차떼기 파문 당시 치러진 한나라당 대표 선거는 권오을, 김문수, 박근혜, 박진, 홍사덕의 5파전이었다. 하지만 <약속의 정치>는 당시 상황을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모두가 만류했”던 상황이었다는 내레이션으로 압축한다. 위기 앞에 자신을 희생한 초인 박근혜라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홍사덕 대 박근혜의 빅매치로 홍보된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지운 것이다.

친이와 친박의 계파갈등 속에서 박근혜가 어떻게 자기 영역을 구축했는가 또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패배 인정연설만 보여주고 2012년으로 점프하는 편집 속에 사라져 버렸다. ‘원칙과 신뢰’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다 오히려 진짜 복기의 대상이 되어야 할 정치적 역량을 놓친 셈이다. 당선자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해도 분명 보다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던 그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해지자 복지 이슈와 경제민주화 의제를 꺼내 든 예를 들며 그의 정치적 행보와 유연성을 조명하는 기획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의 정치>는 당선자 본인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위기에 강하’고, ‘비극적인 역경들을 이겨’냈고, ‘약속은 꼭 지키는’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단순 반복 재생산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정치적 변화의 시기, 받아쓰기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 MBC의 제작역량에 대한 근심은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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