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인생’, 어리다고 인생이 없으랴
‘일곱 살 인생’, 어리다고 인생이 없으랴
< MBC 스페셜 > ‘일곱 살 인생’ 금 MBC 오후 11시 5분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이 있다. 유치원이라는 사회를 경험하면서 취향이 생기고 소셜 포지션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무렵의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모의 발언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일곱 살 인생’에 등장한 어린이들은 바로 그 미운 일곱 살의 지점을 정확히 보여주는 표본들이었다. 뚱뚱한 엄마보다 더 사랑스러운 소녀에 마음을 빼앗기고서 그것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오열하거나 공부가 하기 싫어 억울한 얼굴로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일곱 살 아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의 태도를 가졌다. 그러나 방송은 그것을 교정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분석하지 않는 대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어제인 냥 바라본다. 그리고 일곱 살이라는 나이를 가리고 보면 우리의 오늘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사랑과 우정, 경쟁과 화해를 포착한다. 와중에 방송은 슬쩍,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의 원인을 일러준다. 민호의 애정공세를 불편해 하던 태희는 사실 둘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보느라 이미 피곤한 입장이었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아름이를 유난히 보호하려던 준서에게는 늘 자신이 돌봐주어야 할 아픈 동생이 있었다는 식이다. 그저 귀엽다거나 기특하다는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지점은 프로그램의 제목과 닿아 있다.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삶, 각자가 짊어지고 가는 생의 무게가 일곱 살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자신의 인기를 빼앗아간 태희를 결국은 가장 가까운 친구로 만든 아름이의 번민과 갈등이 미숙한 감정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완벽한 아이들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데 급급한 방송들과 달리 아이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교육 방송인 셈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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