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믿어요>, 가정이 만들어낸 사랑의 신화
, 가정이 만들어낸 사랑의 신화" /> 10회 토-일 KBS2 오후 7시 55분
보통의 홈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는 주부의 미덕을 강조한다. “애를 셋씩이나 나았으니 나쁜 애는 아니”라며 사위에게 딸과 화해할 것을 강요하는 장모의 논리는 드라마 안에서 막무가내의 고집만은 아니다. 가정을 이룬 사람은 누구나 용서받고 이해 받을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드라마의 세계관이 가정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 안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일부일처의 근대 가정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한 감정이며 이에 대한 믿음은 맹목적이다. 또한 그 사랑과 믿음의 터전인 가정을 유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그래서 제자를 거둬주는 선생님, 가사도우미를 피붙이처럼 그리워 해주는 가족, 아내의 자아실현을 지원하는 남편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전혀 너그럽지 않다. 특히 양육에 관한한 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책임은 무서울 정도로 일방적이다. 서른을 훌쩍 넘긴 화영(윤미라)의 아들은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 대해 소통 없는 비난을 한다. 배우라는 그녀의 직업과 성취는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도 인정받지 못한다. 남편과 타협하지 못하는 영희(문정희)는 아이 셋을 데리고 친정집에 폐를 끼치지만 그녀의 행동은 오히려 탁월한 모성으로 이해된다. 자아실현에 성공하지 못해 내면의 갈등을 겪는 혜진(박주미)의 고민은 그래서 불온하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서 그녀의 행복을 인정하라 말하지만 혜진은 “무엇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는 ‘무엇’은 가사와 양육을 포기한 시간에 대한, 가족을 위한 보상일 뿐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비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친구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보인 혜진의 모습은 그래서 양육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단죄다. 이런 세상에서 사랑을 믿으라는 건, 캐릭터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폭력에 가까운 일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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