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지금 공주님이 고민해야 할 것
, 지금 공주님이 고민해야 할 것" /> 6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로맨스 드라마의 성패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얼마나 긴장감 있게 그리며 공감을 얻는데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설(김태희)과 해영(송승헌)의 본격적인 궁궐 동거는 초반 로맨스의 결정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에피소드였다. 설의 공주 수업이라는 명분의 개연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더 풍부한 이야기를 조합해낼 재료도 충분했다. 하지만 어제 6회는 마치 ‘1교시 시험, 2교시 시험, 3교시 시험…’처럼 같은 일과로 채워진 설의 지루한 수업 시간표를 보는 듯했다. 어떤 감정의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소모적인 해프닝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전 회 해영에 대한 설의 결정적 오해로 잠시나마 감돌았던 둘 사이의 긴장감은 한 회 만에 다시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하는 초딩 커플 모드로 포맷되었으며, 설의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큰 줄기의 스토리 역시 기자 회견 준비 외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설의 수업 거부와 빵점 시험지를 돌려받기 위한 실랑이에 극 전반을 대부분 할애하며 생긴 느슨한 스토리의 공백은 어깨 위로 들쳐 업기와 침대 위로 함께 쓰러지기 같은 스킨십의 클리셰들로 메웠다.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쾌감은 펜션 에피소드 당시보다 감소했으며, 엄마를 보낸 설의 울음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는 해영의 연민은 일찌감치 극 초반부터 보여준 감정으로 깊은 인상을 전해주기에 무리가 있었다. 는 그동안 치열한 수목극 전쟁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달콤한 판타지, 황실로맨스라는 소재의 희소성, 캐릭터의 매력과 배우의 이미지 변신,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을 깔끔한 영상으로 조합하는 연출의 힘으로 초반의 주도권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드디어 본격적인 중반부로의 진입을 앞둔 지금, 이제는 드라마의 가장 근본인 스토리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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