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논픽션의 힘
, 논픽션의 힘" /> 일 SBS 오전 9시 30분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이 방송사를 초월해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은 엄연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비결은 변함없이 늘 하던 일을 묵묵히 해 오는 것이다. 한동안 연재물처럼 활용하던 동물원 관찰일지가 뜸해진 요즘의 은 특히나 눈에 띄는 기획이 부재하다. 그러나 이는 다시 말하자면 방송이 동물을 불필요하게 혹사시키거나 방송 인력을 무의미하게 동원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신 이 방송은 반려동물과의 동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찾아가 해결을 돕고, 거리에 버려진 동물들에게 새 가정을 찾아준다. 거의 매 주 비슷한 패턴과 같은 결론으로 마무리 되지만 이 방송이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제작진이 모든 사연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십성 화제를 다루는 방송과 달리 은 출연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계단을 무서워 해 지붕에서만 지내는 강아지에게 상자에 담겨 팔려나간 형제들이 계단 아래로 사라지던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더 이상 강아지는 문제견이 아니며 시청자가 이해 가능한 상처를 가진 하나의 생명이 된다. 왕따 당하는 호수의 거위를 제보한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왕따 거위가 유기 동물이라는 사실이 대조될 때, 방송은 우리가 동물들을 향해 보여줄 수 있는 지극히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담백하게 설파한다. 말레이 곰 꼬마의 탈출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방송은 그들만의 시선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뉴스가 곰의 이동 경로와 위험성만을 다룰 때, 은 추적 과정에 동행하며 곰을 찾는 사람들을 포착했다. 덕분에 우리는 사살에서 생포로 목표가 바뀌는 순간의 드라마를 목격할 수 있었고, 곰이 무사히 잡힌 순간 눈물을 쏟고는 탈진으로 입원한 사육사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논픽션의 힘이다. 그리고 주말 아침에 시청자들이 TV 앞에서 확인하는 것은 동물의 생태만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과 관용에 대한 증거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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