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1회 MBC 저녁 7시 45분

대개 시트콤의 1회는 주목하는 이 없이 조용히 시작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 그것도 2007년의 히트작 에 이어 돌아온 <지붕 뚫고 하이킥>을 기대하며 모처럼 저녁 시간 본방송을 사수한 시청자는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김병욱 감독의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김혜성)와 <똑바로 살아라>의 형욱(노형욱)은 깊은 산 속에 조난되었다가 도시문명과 단절된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 자매의 집에 묵으며 문화적 충격을 던져 주고, 서울의 식품회사 사장 이순재(이순재)의 가족들은 평범하면서도 산만한 일상을 영위한다. 사실 세경과 신애 자매가 빚쟁이에게 몰린 아빠(정석용)와 헤어져 서울로 올라오는 소동과 순재와 자옥(김자옥)이 벌이는 노년의 닭살 로맨스에도 불구하고 첫 회가 ‘큰 웃음’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트콤이 드라마에 비해 캐릭터들을 인식시키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장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교장보다 무서운 환갑의 공주병 교감’을 연기하는 김자옥을 비롯해 “뭐가요?”가 입버릇인 거침없는 성격의 체육교사 현경(오현경), 분위기 있는 미중년이지만 돈 계산 하나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보석(정보석)의 캐릭터는 새롭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굿이에요 굿굿굿!”을 외치던 교장 선생님(홍순창)과의 재회는 반갑다. 그러니 아침 식사로 갈비를 먹는 순재의 가족이 ‘부유함의 상징’으로 서민과 거리가 멀건 말건, 당분간 <지붕 뚫고 하이킥>이 갈비 없는 저녁 밥상을 웃음으로 채워 줄 것을 기대하는 서민이 여기 있다.
글 최지은

<전설의 고향> KBS2 밤 9시 55분
<전설의 고향> 제작진이 가을이 된 것을 알고 있나 보다. 시청자들 춥지 말라고 이렇게 미적지근한 에피소드를 내놨으니 말이다. ‘묘정의 구슬’은 <전설의 고향>의 오리지널 버전에 담긴 많은 클리셰들을 담았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잘 소화하지 못한다. 왕의 성은을 입고 싶어 예뻐지길 바라는 후궁들이 있고, 원한을 가진 귀신이 있으며, 귀신을 볼 수 있는 상궁이 있다. 하지만 후궁들의 미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음모는 귀신의 등장 이후 흐지부지 되고, 원한에 찬 귀신은 후궁들이 어딜 가든 갑자기 나타나는 공포 아이템의 역할에 머무른다. 귀신을 보는 식스센스를 가졌던 상궁 역시 귀신이 스스럼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면서 스토리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남는 건 장면마다 귀신이 나타나거나, 피가 튀거나 하는 식의 1차원적인 공포뿐이다. 그리고 느슨한 연출은 이런 신마저 무섭기 보다는 한가롭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왕의 여자가 되고 싶은 후궁의 이야기, 왕에게 한을 품은 귀신, 궁중에서 죽어 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알고 있는 상궁의 이야기 중 하나만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능력만 있더라도 이 결과물보다는 재밌었을 것이다. 지난해 <전설의 고향>은 몇몇 에피소드에서 과거의 에피소드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반대로 원전에 충실한 방식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끌어냈다. 반면 올해 <전설의 고향>은 대부분 단지 60분짜리 ‘공포물’을 만들려 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전설의 고향>이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하는 건 MBC <선덕여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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