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 노래가 좋다> KBS2 목 밤 9시
쉐키루 붐은 자신의 정체성을 ‘싼티’로 정했다. 지역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양 출신임을 강조하고, 잘못된 코 성형, 그리고 숱한 패배의 역사를 써온 전직 B급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자신의 좌표를 그린다. SBS <도전 1000곡>과 비슷한 연예인 노래자랑 코너지만, 스스로 클럽보다는 나이트에 어울린다는 붐을 위한 프로그램이 바로 <대결 노래가 좋다>다. 현영과 이특의 사회가 연예인 노래자랑의 경쾌함을 살려준다면, 붐의 역할은 차별화에 있다. 붐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다. 나이트클럽 DJ의 멘트를 공중파 방송에서 쓰고, 노래방에서 노는 장면을 스튜디오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 추임새라고 볼 수 있는 멘트들을 곡 중간 중간에 넣는 것도 여타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도전과 대결 구도보다는 흥이 넘치는 놀이라고 볼 수 있다. 어제는 김기수, 배기성, 정주리 등이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활약했다. 노래방 기계가 주는 한계와 싼티가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제작진의 고심과 붐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대목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냥 파티처럼 노는 것이지만, 색다른 코너들을 마련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시도한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일요일 오전에나 있을법한 이 프로그램을 목요일 9시에 배치한 점이 <대결 노래가 좋다>의 가장 신선한 지점이다.
글 김교석

<시티홀> 목 SBS 밤 9시 55분
또 ‘<시티홀> 얘기야’ 하겠지만 이 장르의 팬이라면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의 첫 주를 놓칠 순 없는 법이다. 그녀의 작품이 취향이든 아니든 간에 김은숙은 적어도 현재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인 스크류볼 코미디를 제일 잘 살리고 있는 작가다. <온에어>의 화끈한 대사 배틀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말발로 먹고 사는’ 정치판을 배경으로 한 <시티홀>에서도 김 작가의 장기가 마음껏 발휘되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승아도, 서영은도 아닌 신미래(김선아)는 입심으로 좌중을 제압하기는커녕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 10급 공무원이고, 천재 관료 조국(차승원)은 아직은 감추고 있는 게 더 많은 남자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재미도 시원스러운 설전보다는 두 주인공의 액션에 기대고 있다. 슬랩스틱은 기본이요, 대사의 뉘앙스와 표정의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코미디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줄 아는 차승원, 김선아의 연기가 입심이 약해진 자리를 노련하게 채운다. 그 둘이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한 2회는 앞으로 이 극을 이끌어 갈 주요 갈등의 흥미로운 도입부였다. ‘대한민국을 갖고 싶은’ 조국과 겨우 카드빚 때문에 ‘밴댕이 아가씨’가 되어야 하는 미래. 더욱이 미래의 밴댕이 아가씨 되기는 추후의 시장 에피소드에 대한 예고편 격이니 단순한 에피소드는 아니다. 앞으로 거대한 꿈을 꾸던 남자는 어떻게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 가는가, 그리고 사소한 일상에 갇혀있던 몽상가 여성은 어떻게 큰 꿈을 갖게 되는가를 기대하게 만든 2회였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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