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
밤을 걷는 선비


MBC ‘밤을 걷는 선비’ 8회 2015년 7월 30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조양선(이유비)은 김성열(이준기)에게 진심을 알려 달라 호소하지만, 성열은 다리 위에서 말없이 돌아선다. 최혜령(김소은)은 귀(이수혁)에게 김성열을 만났으며, 다음번에는 꼭 데려오겠다고 한다. 세손(심창민)은 자신이 음란서생임을 밝히는 벽서를 붙이기로 한다. 김성열 또한 세손을 도와 궁에 흡혈귀가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계획한 바로 그날, 세손의 거사는 실패로 끝나고 ‘조양선이 음란서생’이라는 왕의 추포령이 떨어져 양선 부녀는 잡혀가 고문을 당하기에 이른다.

리뷰
이날 벌어진 이야기의 덩어리들은 너무나 큰데 사건으로 치닫는 연결고리는 지나치게 약했다. 정현세자 비망록의 실체가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려는 이 중요한 때에, 전개는 굉장히 거칠고 우연에 계속 기대는 식이다. 불행은 허술하고 급작스레 찾아오는데, 다들 너무도 쉽게 역모에 엮이고 죽는다. 양선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으며, 실은 늘 피바람의 한가운데 있으나 내내 착하고 순진한 얼굴만 하고 있다. 양선이 이번 사건의 본질 속으로 휘말리기 위해 한 일은, 그저 탐라로 내려가는 일을 한껏 지연시키며 어리석게도 저잣거리를 쏘다닌 것 뿐이다.

세손의 어머니는 절에서 공양주 보살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세손은 오랜만에 절에 가 어머니와 마주 앉고, 세손의 모친과 말벗으로 지내온 혜령과도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나누게 된다. 혜령의 바람이 ‘왕의 여인’이 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관계의 시작은 흥미로웠다. 궁으로 돌아온 세손은 “내가 바로 음란서생”이라는 벽서를 쓰고는 붙일 시각만 노리고 있다.

양선은 풀죽은 동생 담이를 위해 염정소설 ‘밤선비전’을 이어서 짓는다. 처음에는 상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점차 진행될수록 실제 김성열의 행동과 한 말 등등으로 또렷이 옮겨가고, “네 마음이 예쁘다” “다 꿈이다” 같은 말까지 똑똑히 생각나자, 이야기를 더 지을 마음도, 성열을 생각할 마음도 없어진다. 상상조차 마음대로 안 되자 양선은 그대로 벌렁 누워버린다.

양선에게는 아버지만 알고 어머니는 모르는 ‘출생의 비밀’ 같은 과거사가 있다. 이것이 양선의 집안 내 갈등요인인 동시에, 양선의 아버지가 보관중인 ‘정현세자 비망록’과도 깊은 관련이 있을 듯하다. 책쾌인 외손이에게도 이 비망록과 관련된 깊고 아픈 10년 전의 사연이 있다. 성열은 궁의 세손 거처로 찾아가 “저하의 편”임을 알리며 귀에게 물렸던 숙빈의 시신을 잠시 깨우겠다고 한다. 이 거사가 성공하면 흡혈귀 귀의 존재를 만백성이 알게 될 것이라며 세손을 안심시키는데, 그때 마침 한 무리의 관군이 나타나 장터의 사람들을 사정없이 베고 잡아간다. 성열의 계획에 뭔가 차질이 생긴 듯해 걱정되는 순간, 현조가 세손 앞에 나타나 “음란서생을 찾았다. 음란서생은 책쾌 조양선”이라며 추포령을 내린다.

양선은 아비와 체포돼 모진 고문까지 당한다. 성열은 오늘 내내 부지런히 있는 대로 활보하고 다니지만, 헛걸음이 되고 말았다. 양선을 구하고, 양선의 아비가 간직해온 정현세자 비망록을 얻으려 하나 모두 마음대로 안 된다. 세손의 계획을 다 알고 있었던 현조는, 세손을 대신해 음란서생의 누명을 씌울 자를 양선으로 정한 듯하다. 그 사실로 귀와도 약조를 걸어놓았다. 이틀 후를 선시 “제가 음란서생”이라는 세손에게 “네가 싸우려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네가 싸울 준비는 되었는지 지켜보려는 것이었다. 너 또한 네 아비처럼 정의감만 앞세워 백성들을 죽이지 않았느냐”라며 꾸짖는다. 이거야말로 대반전이었다. 세손은 아직 힘이 없고, 현조의 비밀은 겹겹으로 두터운 느낌이다.

수다 포인트
-음란서생의 벽서 글씨, 정말 예쁜 한글서체로군요.
-매회 산처럼 쌓인 시체를 보는 일도 고역이네요.
-이 엄청난 사화가 다 선비님이 주신 가죽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뇨. 어서 빨리 탐라로 가지 않고 시간만 끈 양선이 미워지네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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