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작가진 “20~40대 우리끼리도 세대 차이 느껴”(인터뷰①)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슈가맨 포스터

JTBC ‘슈가맨’ 포스터 / 사진제공=JTBC

지난해 10월, 정규 편성된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매주 화요일 밤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설탕처럼 녹아있던 추억의 가수 ‘슈가맨’을 소환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누군가에게 ‘레전드 가수’로 남아있는 슈가맨들의 노래를 다시 듣고, 음악으로 모든 세대가 하나 되는 경험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은 지난 12일, 39회를 끝으로 아쉬움 속에 막을 내린 ‘슈가맨’의 시즌2를 벌써부터 강력하게 요청할 정도다.

‘슈가맨’ 종영 다음 날, 파일럿 방송부터 ‘슈가맨’과 함께한 숨은 일꾼 3인을 만났다. ‘슈가맨’의 메인 작가인 신여진 작가와 하경화·남은경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 각각 40대·30대·20대 작가를 대표해 텐아시아와 만난 세 사람은 지난 1년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한 ‘슈가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세대도 다르고, 생각도 조금씩 다른 세 사람이었지만, 1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슈가맨’에 대해선 모두 행복했던 기억을 품고 있었다.

10. 기획까지 포함하면 거의 1년을 ‘슈가맨’으로 보냈다. ‘슈가맨’의 시작이 궁금하다.
신여진: 윤현준 PD와 유재석은 과거 KBS에서 ‘쟁반노래방’, ‘프렌즈’를 같이 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사이다. 윤현준 PD가 JTBC로 이적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언젠가 같이 좋은 프로그램 만들자”고 말하면서 그 시기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윤 PD가 유재석을 찾아가 이제 정말 같이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10. 많은 아이템이 있었을 텐데 왜 ‘슈가맨’이었을까?
신여진: 제작진 모두가 유재석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고민을 했었다. 다양한 아이템을 고민하다 ‘슈가맨’을 고른 것이다. 워낙 유재석이 음악을 사랑하고, 흥이 많은 사람이다. 또 워낙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고. ‘슈가맨’이란 콘셉트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유재석도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가수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10. 야심차게 ‘슈가맨’ 파일럿을 준비했지만 반응이 썩 좋지 못했다.
신여진: 처음엔 내가 찾고 싶었던 슈가맨을 찾았다. 김준선·박준희·김부용 등 내가 어릴 적에 좋아하던 가수들이다. 내가 좋아했던 가수들을 찾다보니 이 사람들을 모르는 어린 작가들에게 ‘이 사람 유명했던 사람이야. 노래 들어봐, 좋지?’라고 강요했던 거다. 그냥 나랑 PD가 좋다니까 좋은가보다 생각했던 거지.
하경화: 난 노래와 슈가맨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 작가들 중에서는 모르는 친구들이 많더라.
남은경: 난 ‘질투’란 노래만 알고 나머지 노래들과 슈가맨들은 전혀 몰랐다. PD님이랑 언니가 좋다고 말하는데 솔직히 공감이 안됐다.(웃음)

슈가맨 투유

‘슈가맨’ 유재석 유희열 / 사진제공=JTBC

10. 파일럿을 본 시청자 대다수가 공감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신여진: 내가 아는 가수들을 그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거라고 착각을 했던 거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향으로 바꿨다.
하경화: 파일럿을 준비할 때는 아무래도 기획안 작업부터 시작했던 메인작가님과 PD님이 이끌고 가셨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였기 때문에 ‘그게 맞겠지…’라고 생각하고 모두 따라가는 분위기였다. 특히 40대가 넘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고 심지어 파일럿 녹화 당시 무대에 선 슈가맨을 보고 몇몇 40대들이 눈물 흘리는 것도 봤었다.(웃음)
남은경: PD님이 어떤 노래를 말했는데 어린 작가들이 모르는 반응이면 ‘이걸 왜 모르지?’라고 말씀하셨다.
신여진: 그래서 정규로 가면서는 욕심이 과했던 부분들을 줄이고, 세대 차이를 확인하고 작은 공감을 큰 공감으로 바꿀 수 있는 세대별 방청객 100명을 스튜디오로 불렀다.

10. MC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신여진: 유재석과 유희열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낀 것이 파일럿 방송 이후 “메인 PD와 작가들, 우리까지 40대 이상이라 그런 건 아닐까.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싶다”고 말하더라. 또, 워낙 윤현준 PD가 출연진들이나 네티즌들의 의견에 열려있는 사람이다. 빠른 피드백을 통해서 점차 틀이 갖춰진 것 같다.

10. 작가들 사이에서도 세대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남은경: 이지(izi) 편에서는 파일럿을 준비할 때와는 정반대였다. 20~30대 작가들은 ‘응급실’을 정말 좋아했는데, PD님과 언니는 ‘이 노래가 그렇게 좋나?’란 반응이었다.
하경화: 나는 중간에서 노래가 어느 정도로 인기가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지를 소환해야 할 것 같은데, 또 40대들의 반응을 보면 아리송했다. 그때 결단이 좀 필요했다. 정말 긴 논쟁 끝에 언니가 “그럼 해보자”고 결단을 내렸고 이지를 소환할 수 있었다.
신여진: 회의실에서 미리 100불 시뮬레이션이 가능했다. 작가들도 20대부터 40대까지 골고루 있었기 때문에 슈가송을 아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를 금방 가늠할 수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선 작가들 사이에서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없었는데 ‘슈가맨’에선 확실히 세대 차이가 있었다. 이지나 스톰은 20~30대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슈가맨 izi

98불을 기록했던 이지(izi)의 ‘응급실’ / 사진=JTBC ‘슈가맨’ 캡처

10. 이지 편에서부터 시청자들이 조금씩 ‘슈가맨’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신여진: 첫 회를 찍기 전부터 객석에서 슈가맨이 나오면 재밌겠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지는 대표적인 얼굴 없는 가수였기 때문에 객석에서 등장하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슈가맨’이니까 할 수 있었던 등장이었는데, 이런 극적인 등장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은경: 이지 이후에 박정현과 거미가 쇼맨으로 출연했을 회차부터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PD님도 적극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슈가송들을 많이 말씀하셨다.
하경화: 심지어 너무 마이너한 노래가 아닌가 싶은 슈가송까지 말씀하셔서 20대 친구들이 난감해 했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웃음)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