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눈물 젖은 마음일랑 우리가 말려줄게요

보슬비가 내리던 4월 15일, 개그맨 남희석의 사회로 뮤지컬 <빨래>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이번 제작보고회에서는 솔롱고 역을 맡은 임창정, 홍광호 등 배우들이 함께 한 작지만 알찬 미니콘서트와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제작비가 부족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보증금을 빼서 도와주시기도 했다”고 웃는 추민주 연출가의 에피소드만큼이나 그녀가 만든 뮤지컬 <빨래>도 ‘사람이 곧 희망’이라는 점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빨래>는 강원도처녀, 몽골계 이주노동자 등 소외된 우리 이웃들이 서로의 뺨을 부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그리는 뮤지컬 <빨래>는 2004년 추민주 연출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에서부터 시작되어, 이듬해 짧은 공연기간에도 불구하고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작사상과 극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소극장에서 올려진 이 작품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으며, 올해는 6년간의 담금질 끝에 중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무대, 음악, 캐릭터의 변화를 시도한다. 사람들이 마주치는 ‘골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사라지는 골목의 다양한 풍경을 추가하였으며, 그에 맞춰 새로운 2곡의 넘버도 만날 수 있다. 또한 7명에서 시작했던 이 작품은 12명의 인물로 캐릭터를 확장시켜 서점 장면 등에서 좀 더 유쾌한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다. “외롭고 지칠 때 필요한 것은 용기”라는 배우 이정은의 말처럼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용기가 되는 작품이 될 것이다. 화창한 봄날만큼 따뜻한 뮤지컬 <빨래>는 오는 4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계속된다.

몽골의 러시아문학도 출신 이주노동자 솔롱고, 임창정ㆍ홍광호
‘무지개’라는 뜻을 가진 솔롱고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동생의 공부를 위해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부티나면 안 된다’는 점이 캐스팅의 조건이었던 솔롱고 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임창정과, 1200:1의 경쟁력을 뚫고 2008년 <지킬앤하이드>에 캐스팅된 후 ‘미친 가창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홍광호가 더블캐스팅 되었다. 노래, 연기, 예능까지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을 섭렵중인 임창정은 1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작업을 하기 전 이 작품을 3번 봤는데, 볼 때마다 내가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희망과 삶의 의지에 대한 작품인 만큼 관객 분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같은 배우들마저도 가창력에 있어서만큼은 두 손을 들고야 말았던 홍광호는 <지킬앤하이드> 이후 라이선스가 아닌 창작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난다. “1년 전 공연을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고 주변에 하고 싶다고 소문을 냈었다. 그땐 인지도가 없어서였는지 안 시켜주시더니, <지킬앤하이드> 끝나고 나니까 시켜주시더라. (웃음)”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27살 강릉처녀 서나영, 곽선영ㆍ조선명
나영은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서울로 왔지만, 서점의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27살의 강릉처녀다. 직장을 다니다가 한예종 연극원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추민주 작가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 서나영 역에는 <김종욱찾기>,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곽선영과 <그리스>, <밑바닥에서>에 출연했던 조선명이 더블캐스팅 되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같은 성격의 나영은 이사 온 첫날 이웃집 몽골총각 솔롱고를 만나게 되고, 이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솔롱고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인 만큼 그 어떤 누가 와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편안한 마음을 갖고 와주셨으면 좋겠다.”

관전 포인트
6년 동안 꿈을 잃고 습관처럼 살아온 비정규직 여성, 월급을 떼이면서도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이주노동자, 장애가 있는 딸을 가두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할머니 등 뮤지컬 <빨래>는 우리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은 마음을 울리는 서정적이고 잔잔한 음악과 먼지 쌓인 골목 곳곳에 깃들어있다. 특히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걸어요. 바람이 우릴 날려줄 거에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줄게요’라고 외치는 넘버들의 가사에 주목해보자. 어느 순간 당신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져주고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_원더스페이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