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싱글’ 김혜수, ‘진짜’가 나올 때까지 (인터뷰①)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영화 ‘굿바이 싱글’은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다. 캐릭터의 행동과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전형적인 영화지만 식상하진 않다. 김혜수가 맡은 고주연이란 캐릭터가 보여주는 진정성이 관객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익숙해 보이는 것 안에서 새로움이 느껴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김혜수는 ‘진짜’가 나올 때까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굿바이 싱글’의 클라이맥스 신에서는 무려 52번이나 같은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지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뷔 30년. 긴 시간동안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김혜수란 배우는 볼 때마다 참 새롭다.

10. ‘굿바이 싱글’에 대한 호평이 가득하다.
김혜수: 보통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모니터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나도 관객의 마음으로 감상한다. ‘굿바이 싱글’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면서 동시에 잘 표현됐어야 한다고 걱정했던 부분이 캐릭터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거였다. 아무래도 이 부분이 진정성 있게 전달돼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

10. 극 중에서 맡은 고주연도 오랫동안 톱스타 자리에 있는 여배우다. 실제 김혜수와 닮아 있는 부분이 좀 있었을 것 같다. 친숙했을 것 같기도 하고.
김혜수: 내가 고주연과 똑같은 직업을 갖고 있긴 하지만, 고주연은 그 나이에 어울리는 깊은 내면을 가진 여자가 아니다. 결핍을 느끼는 여자인데, 그 부분에서 공감 가는 게 많다. 화려한 스타라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모두 다 외롭다. 공허함이나 외로움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런 사람들이 내면을 충족시킬 수 있고, 위안을 주는, 날 드러내고 쏟아 부을 수 있는 대상을 만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굿바이 싱글’이다.

10. 영화 시작하자마자 입술에 필러를 맞은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입술이 퉁퉁 부은 그 모습이 진짜 주사를 맞은 것 같았다.
김혜수: 정말인가? 의도했던 부분이다. (웃음) 내 입술의 본을 떠서 내가 실제 필러를 맞았을 때 입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해서 만든 특수 분장이다. 입술이 처음 맞았을 때와 볼륨감이 다르다. 필러를 세 번 맞는 과정이 꼼꼼하게 묘사돼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진짜 배우가 주사를 맞을 순 없고, 분장이 어색하면 관객들의 몰입이 깨지게 되니까 굉장히 신경 썼던 부분이다.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10. 고주연의 목소리 톤이 인상적인데, 의도한 것인지?
김혜수: ‘시그널’에서 현재와 과거의 시간 간격이 있으므로 차수현의 목소리 톤을 달리했던 것은 아니다. 캐릭터만을 생각하다 보면 하나하나 특징이 잡혀간다. 고주연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 같다. 톤은 그중 하나다.

10. 디테일한 설정에 꽤 신경을 쓰는 배우로 유명하다.
김혜수: 미리 설정을 하기보다 심리적으로 놓치면 안 되는 감정의 디테일만큼은 미리 잡아둔다. 그밖에 모든 것은 현장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대처한다. 내가 미리 설정한다고 해도 현장에 맞춰 바꿀 때가 있기 때문이다.

10.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신은 무엇인가?
김혜수: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고, 우리 영화에서 잘 표현돼야 했던 부분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다. 사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한다. 우리 영화도 전형적인 구성을 선택했고, 나 역시 그런 구성을 동의했다. 그렇다면, 그다음 내가 할 일은 전형적인 구성을 뛰어넘는 제대로 된 걸 찾는 거다. 예측이 가능하지만, 진심을 담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내가 하는 말이 관객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순간 뻔한 영화가 되는 거다.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해도 되게 뻔하다. 어떻게 하면 생동감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 전날까지 대사를 고치고 또 고쳤다.

10. 클라이맥스 신에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느껴졌다.
김혜수: 영화의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으로 읽혀버리면, 관객들이 동요한다.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목적에 압도돼 관객들을 훈계하는 순간, 이전까지 쌓았던 모든 캐릭터를 한방에 상실할 수 있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목적에 압도해서 훈계할 수도 있고, 모든 캐릭터가 다 상실할 수 있다. 그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감정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노력했다.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혜수 /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감정도 리듬이란 게 있어서, 머리로는 아는데 표현이 안 될 때가 있다. 그게 배우로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몰라서 안 되면 차라리 낫다.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아는데 그 감정이 나오지 않는 것이 정말 두렵다. ‘굿바이 싱글’ 클라이맥스 신에선 여러 번 촬영해도 감정이 끝까지 괜찮았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그 신만 52번이나 촬영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전혀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진짜’가 나올 것만 같아서 계속 욕심을 냈다.

10. 파트너였던 단지 역의 김현수가 굉장히 연기를 잘한다.
김혜수: 고주연은 영화적인 장치가 개입되고, 장르에 부합하는 캐릭터지만 단지는 그 자체로 진정성이 필요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현수는 테크니컬한 연기를 못하는 아이다. 진짜 자기가 그 감정을 느껴야만 연기를 하는 친구였다. 그런 점에서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10. 전작인 ‘차이나타운’과 ‘굿바이 싱글’ 모두 여여(女女)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혜수: 여성을 다루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최근 영화계는 익숙한 장르의 익숙한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돋보이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