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권율, “내 자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인터뷰②)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권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권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금맥 바위를 호미질하는 장면이 정말 ‘맹실장’답고 인상적이었다. 혹시 애드리브였나.
권율: 원래 시나리오 상에는 독백을 길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타이트하게 달리는 영화이다 보니, 긴 독백보다는 온 몸을 던져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막 호미질을 했다. 맹실장이 스스로의 화에 못이겨 히스테릭함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히스테릭하면서도 엉뚱하고 재밌게, 맹하게 나온 것 같다.

10. 맹실장이 너무 얄밉더라. 누구를 참고해서 연기한건가.
권율: 내가 갖고있는 나쁜 마음과 얄밉고 이기적인 생각을 최대로 증폭해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장난끼가 있는 편이라 상대방을 약올리거나 할 때 느꼈던 감정들을 나쁘고 뻔뻔하면서도 이기적으로 표현했다. 현장에서도 술자리 제안이 왔을 때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 쉬겠습니다”하면 되는 것을 “싫어요. 저 쉴 거에요”라고 맹실장에 빙의해서 괜히 뻗대기도 하고 그랬다.

10. 실제로 금맥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권율: 물론 생각해봤다. 합리적으로. (웃음) 일단 흙으로 덮고 그 땅의 주인을 찾을거다. 그 다음부터 나의 어떤 거짓말이 들어가야겠지. 주인에게 이 땅이 많은 기운을 준다든가, 꿈에 조상님이 나타났었다 등 나에게 이 땅을 팔 수 없는지 이야기를 할 거다. 그 땅의 정체를 모르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웃음)

10. 같은 소속사 배우들이 많아서 현장 분위기도 좋았겠다.
권율: 나는 우리 회사 배우들의 개인적인 팬이다. 조진웅 형님과 충무로의 히로인인 한예리와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 원래 회사 배우들끼리 교류도 많고 공감대도 잘 맞는다.

10. 조진웅과 친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연기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
권율: 대한민국에서 조진웅 선배와 작업을 같이 안 하고 싶은 배우는 없을 거다.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너무나 귀감이 되고 본받고 싶다. 늘 현장에서 많이 배워간다. 인간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배울 것이 많은 형님이다.

10. 얼굴이 워낙 흰 편이라 사이코 패스 역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권율: 안 해본 역할들은 너무 하고 싶다. 사이코 패스 역에도 긍정적인 편이고, 느와르도 하고 싶다. 영화 ‘웜바디스’처럼 좀비도 괜찮을 것 같다.

영화 ‘사냥’ 출연 배우 권율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 ‘사냥’ 출연 배우 권율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연기를 하면서 조급함을 느꼈던 적은 없었는지.
권율: 조급함이 없지는 않았다. 데뷔 이후 원하는 만큼 일을 하지는 못했으니까 더 갈증이 나고 배고파하는 것 같고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주변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걱정 됐었는데 잘 돼서 다행이다” 이렇게.

나는 단 한번도 내가 과연 잘 될 수 있을지 의심했던 적이 없었다. 어디서 자신감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에 대해 믿고 확신했었던 것 같다. 오디션에 낙방했을 때도 낙심하는 시간은 잠깐이고 ‘때가 안왔다고, 언젠가는 잘 될 사람이니까’라는 생각들을 했다. 그래서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나는 잘할 수 있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해낼 수 있어’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믿음이 힘들었던 시기를 버티게 해 줄 수 있었다.

10. 연기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은?
권율: ‘명량’.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명량’ 이후에 관계자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름을 바꾸고 ‘명량’의 ‘이회’를 연기했던 그 시기가 배우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10. 이름은 왜 바꾸게 된 건가.
권율: 본명(권세인)이 부드럽고 여린 느낌이 강해서 남자다운 느낌을 원했었다. 개명은 마음 속으로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기운을 불러온다는 베스트셀러 ‘시크릿’처럼, 좋은 기운을 자석처럼 끌고 오는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권율 장군이 있어서 처음에는 부담도 많이 됐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너무나 훌륭한 위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사고를 치면 내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털 사이트에 권율 장군을 쳐 본 초등학생에게도 충격을 줄 것 아닌가. (웃음)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이름이다.

10. 연기를 하면 여전히 항상 즐겁고 좋은가.
권율: 즐겁고 좋은데, 힘들고 어렵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못하던 시기에는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과연 관객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내가 그런 면에서 잘 하고 있는지 고민된다. 나에 대한 기대와 내 역할도 커지게 되고.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뚫고 나갔을 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우들이 고통스럽게 연기하는 것 만큼 관객들은 그만큼 훨씬 편안하게 본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즐기려고 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