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장기하②] ‘문법경찰’의 고집스런 뚝심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장기하

장기하/사진제공=두루두루amc


“주위에서는 저를 ‘문법 경찰’이라고 해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컬 장기하의 말이다. 그가 곡의 멜로디와 가사를 도맡아서 만들고 있으니, 장기하가 곧 장기하와 얼굴들의 색깔이기도 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떠올리면 독특하면서도 중독성 짙은 가사가 연상되는 것도 모두 그 덕분이다.

그의 유별난 ‘한글 사랑’은 스스로도 ‘집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외래어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장기하와 얼굴들의 곡 속에서는 평소에도 잘 쓰지 않을 법한, 생소한 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008년, ‘싸구려 커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도 이유는 노래의 독특함이 주효했다. 곡의 전체를 관통하는 ‘싸구려’라는 표현부터 신선했고, 눅눅한 비닐 장판,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희끄므레죽죽한, 구부러진 칫솔, 미지근한 콜라 등 장기하만의 표현법이 분명 있었다. 삶이란 자연스러움이 녹아있지만, 워낙 생소하다 보니 오히려 뭔가 세련돼 보이기까지 했다.

2009년, 정규 1집 ‘별일 없이 산다’를 통해서는 마음껏 재능을 발휘했다. 타이틀곡은 ‘달이 차오른다, 가자’인데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워어어어’, ‘오하워하워’가 가사의 반을 차지하지만 이 역시 장기하의 한글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2011년, 정규 2집 ‘장기하와 얼굴들’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한층 풍부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건반과 기타를 보강함으로써, 밴드의 음악적인 성장을 드러냈다. 대중성이 없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가하와 얼굴들이 이번만큼은 ‘대중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곡들이 제법 담겨있다. 타이틀은 ‘그렇고 그런 사이’와 ‘TV를 봤네’, 두 곡을 앞세웠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사진제공=두루두루amc

시간이 흐르면서 살짝의 변화는 있었으나, 단 한가지 변함없는 것은 장기하가 사랑하고 집착하는 ‘한글’이다. ‘문법 경찰’이면서 ‘한글 요정’으로 불리는 그의 곡에는 어떻게 하면 ‘한글’을 더 맛깔나게 살릴까 하는 그의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업하는 동안 ‘초심’을 떠올린 정규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는 그런 면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그가 내놓는 곡의 출발은 늘 그랬듯, 한글을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존경하며, 바이블처럼 새기는 밴드는 산울림이다. 장기하는 “한글 가사를 가장 한글답게 쓰는 뮤지션”이라고 칭했다.

산울림이 7, 80년대 대한민국 대표하는 밴드로, ‘한글을 가장 한글답게’ 쓴 뮤지션이었다면 장기하와 얼굴들은 ‘한글을 가장 맛깔나게 표현하는’ 뮤지션임이 틀림없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