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장기하①] ‘ㅋ’,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사진제공=두루두루amc

노래를 듣다 깜짝 놀랄 수 있다. 노래 안에 웬 ‘ㅋ(크)’가 이렇게 많이 나오느냐고 말이다. 키읔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총출동한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내놓은 새 음반의 타이틀곡 ‘ㅋ’이 그렇다.

워낙 ‘한글 사랑’이 유별난 장기하의 곡이기에 ‘ㅋ’이 새삼 더 낯설다. 가사에도 나온다. ‘말 같은 말을 해주길 바랐다’고. 실제 ‘ㅋ’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운, 웃는 모양새를 두고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그렇지만 이미, 생활 속 깊숙이 녹아들어 ‘ㅋ’이 없는 메시지는 어딘가 어색함이 감돌 정도이다.

장기하도 그중(수많은 신조어)에서는 ‘ㅋ’이 가장 말 같다고 생각했다. 신보 발매를 알리는 음감회(음악 감상회)에서 그는 이 곡을 두고 “‘ㅋ’은 말 같지 않은 말 중에 가장 말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표준어와는 거리가 멀지만, 생각보다 많은 표현을 해준다”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다.

그의 말처럼, 사실 ‘ㅋ’은 모음 없이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한낱 자음에 불과하지만, 전화나 메일 보다 SNS 메시지가 익숙하고 편하기까지 한, 현재 젊은층들의 흐름에서는 그 역할이 막중하다.

장기하가 노래하는 ‘ㅋ’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과연 데뷔 때부터 신박함으로 눈에 띄고, 영리함으로 박수받은 그가 만든 곡이라 할만하다.

그간 장기하와 얼굴들은 세상의 단면을 살피며, 삶 중에서도 외면하고 싶은 곳을 조명했다. 가령 ‘싸구려 커피’는 취업 준비생의 하루를 읊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으로 고단한 청춘을 노래했다.

장기하

장기하/사진제공=두루두루amc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층의 마음을 대변하는 뮤지션이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린’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 모를’ 청춘들의 감추고 싶은 곳을 담담한 감성으로 읊으며, 반향을 불러왔다.

그런, 장기하가 절대로 건드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 새롭게 발표한 정규 4집의 전체 주제이다.

장기하는 “‘ㅋ’은 문어체도, 구어체도 아니고 ‘모바일체’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표준어의 범주에 넣긴 그렇지만, 그래도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ㅋ으로 이뤄진 단어를 찾아서 써봤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돌아온 대답은 ‘ㅋ’뿐. 이 과정에서 겪는 마음의 복잡, 미묘함을 풀어냈다. ‘ㅋ’을 총동원했고, ‘ㅋㅋㅋ’도 아닌, ‘ㅋㅋ’도 아닌 ‘ㅋ’인데 빵 터진 것보다 나은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이내 ‘나는 콩을 젓가락으로 옮길 때처럼’ 신중했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고집스럽게 한글을 추구하던 장기하가 ‘ㅋ’을, 게다가 주된 내용은 ‘사랑’이라니, 의아하지만 곡을 들어보면 그마저도 장기하답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