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비밀은 없다’,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감정의 너울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비밀은없다 포스터

영화 ‘비밀은 없다’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우리 딸은 그렇게 착한 애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얼마나 가족들에게 솔직한가. 피를 나눈 사이이기 때문에 웬만한 허물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너무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리어 비밀이 많은 사이가 바로 가족이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족의 비밀을 마주했을 때 충격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관객들에게 물어본다.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의 딸 민진(신지훈)이 선거를 보름 앞둔 날 실종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저 가출일 것이라 생각했던 딸이 돌아오지 않자 불안과 혼란스러움에 휩싸인 연홍과 끝까지 선거를 포기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딸을 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종찬의 모습이 영화 초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딸을 유괴당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다룬 김윤진 주연의 영화 ‘세븐데이즈’(2007) 등 모성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원동력이 되는 영화들은 많았다. ‘비밀은 없다’ 역시 딸을 잃은 엄마의 ‘모성’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모성이 아닌 광기와 집착이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은 연홍 역에 손예진을 캐스팅한 이유로 “취향을 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진 손예진이란 배우에게 광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광기를 가장 먼저 꺼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말처럼 영화를 지탱하고 있는 에너지는 연홍의 광기다. ‘비밀은 없다’는 딸의 실종이라는 큰 사건을 경험한 연홍이 점차 어떻게 변해 가는지 연홍의 감정선을 우직하게 쫓아간다.

비밀은 없다 스틸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비밀은 없다’는 지금껏 어떤 작품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손예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침착해야 할 때에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고, 흥분할 것 같은 순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손예진의 감정 연기가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상을 비껴가는 손예진의 감정 연기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말에 도달했을 때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 이러한 이질적인 감정 연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기 때문에 감독이 말한 ‘광기 어린 손예진’의 모습도 완성된다.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오감을 자극하는 음악을 통해 연홍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굉장한 속도감이 느껴지는 편집과 무키무키만만수를 연상케 하는 ‘지니와 오기’의 독특한 음악은 혼란스러운 연홍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요동치는 연홍의 감정을 관객이 100% 이해하기엔 그 너울이 너무나 큰 것도 사실이다. 또한, 워낙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에피소드 사이의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다소 헐거운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길 원하는 관객들에게 ‘비밀은 없다’는 불친절한 영화일 수 있다.

가족 사이에 비밀이 생기는 이유는 다른 관계에 비해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이 보다 혼란스러우며, 비밀이 베일을 벗었을 때의 충격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은 아닐까. 수시로 전복되는 이야기와 요동치는 감정의 너울이 매력적인 ‘비밀은 없다’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