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
“제가 생긴 건 댄스곡 좋아할 것처럼 생겼는데 인디밴드 음악 추천하면, 너랑 안 어울린다, 대중가요나 들어라, 이런 얘기 들을까 봐 걱정이에요. 심지어 전 많이 알려진 타이틀곡보다 숨겨진 노래 듣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만날 듣는 음악인데도 인터뷰를 위해 추천음악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는 꼼꼼한 성격의 신봉선이 내뱉은 첫 마디는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KBS 를 비롯해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손담비, 이효리, 소녀시대 등 대중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하던 개그우먼이 “소박한 인디밴드 음악”을 추천한다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는 그만큼 신봉선이 구축해놓은 캐릭터가 뚜렷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봉선은 KBS 시절부터 늘 당당한 이미지였다. 가진 것 하나 없이 “45억 원의 가치, 움직이는 벤처기업! 봉써~니에요”라고 외쳤고(‘봉숭아학당’), 잘생긴 남자친구 김인석의 작은 실수에도 “앞으로 조심해, 살짝 기분 나쁠 뻔 했어”라고 윽박질렀다(‘애정의 조건’). 그리고 그 해 KBS 연예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못 생긴 걸로만 웃긴다는 얘기를 많이 듣던” 신봉선은 김대희, 장동민과 함께 2년 넘게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무대에 올리며 “연기도 잘하는” 개그우먼으로 인정받았고, 그 후 버라이어티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에서 쌓아올린 ‘예쁘진 않지만 당찬 여자’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되, 그동안 코너의 양념으로 활용했던 춤을 하나의 장기로 끌어왔다. “제 춤의 ‘뽀인트’는 정말 똑같이 추는 거예요. 춤 못 출 것 같은 앤 줄 알았는데 ‘좀 추네?’ 하는 느낌을 주는 거죠. 똑같이 추긴 하는데 좀 웃기다, 이런 말도 괜찮아요. 어쨌든 똑같이 춘다는 건 인정받았다는 소리잖아요.” 이제는 에 가수들이 초대손님으로 나와 그들의 히트곡을 부르며 춤을 추면, 출연진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자연스럽게 신봉선의 공연을 기대할 정도에 이르렀다. 개그면 개그, 버라이어티면 버라이어티, 그리고 라디오까지.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 얼마 가지 않아 어김없이 상이 뒤따라왔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오를수록 신봉선의 마음 한 켠에는 미처 챙겨주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제가 힘들 때는 무명시절부터 날 응원해줬던 친구들이 전화해주는데 막상 그 친구들이 힘들 땐 제가 못 챙겨줘요. 그런데도 연예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있으면 친구들이 넌지시 ‘넌 별일 없니? 일하느라 힘들지? 그래도 웃으면서 살자’라고 문자를 보내줘요.”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 부산에 자주 못 내려가는 그가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대신한다. 본의 아니게 투정을 많이 부렸던 부모님께, 늘 혼자 집을 지키는 강아지에게, 언젠가 찾아올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을 꿋꿋하고 이겨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바치는 신봉선의 세레나데.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1. 오지은의
“개그맨 선배님들과 함께 방송을 하다 보면 제가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물론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우선 감탄부터 해요. ‘와, 어떻게 저렇게 여유롭지?’ 그러다가 ‘난 언제쯤 저렇게 될까? 빨리 여유도 생기고 실력도 쌓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에서는 마냥 깔깔대고 웃고 있지만 제가 한 말에 대한 책임도 져야 되고, 어느 날 덜컥 무서워질 때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이 많아져서 마음이 무거워지면 오지은의 ‘인생론’을 들어요. 불필요한 생각도 하지 말고, 꼭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꼭 저한테 하는 말 같거든요. 저만의 응원가죠!” 일명 ‘홍대 마녀’라 불리는 오지은의 독특한 보이스와 경쾌한 가사가 맞물린 ‘인생론’은 이 시대 청춘들에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해 KBS ‘달팽이 고시원’ 편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2. 루시드 폴의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혹시 루시드 폴도 개를 키우나? (웃음) 그만큼 개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노래예요. 가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왠지 제가 외출하면 개가 혼자서 컴퓨터도 하고 ‘주인 너 고생 좀 해봐라’ 하면서 일부러 오줌도 아무 데나 눌 것 같아요. 저도 집에서 개를 키우는데, 진짜 제 마음을 읽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개가 밥을 진짜 흡입하는 스타일인데, 얼마 전에 제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집에서 운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모습을 보고 개가 그 좋아하는 밥을 등지고 저한테 와서 제 눈물을 핥아주는 거예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개의 시점에서 주인을 ‘아빠’이자 ‘나의 첫사랑’으로 상정해놓고 써내려 간, 발칙하면서도 귀여운 상상이 돋보이는 곡이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3. 가을방학의
“멜로디만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근데 가사를 뜯어보면 진짜 슬퍼요. ‘우편함이 꽉 차 있고 냉장고가 텅 비어 있어도 난 그냥 지나친다, 난 부모님과 함께 사니까요’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부모님이라는 그늘 아래 우리가 지나치는 게 우편함과 냉장고뿐이겠어요? 근데 혼자 살면 그 짐을 고스란히 다 제가 지게 되잖아요. 엄마를 보러 가기 전에는 이것도 해 드리고 저것도 해 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집에 가면 별 것 아닌 일에 짜증만 내고. 이렇게 우울한 내용을 계피 씨가 정말 해맑게 불러요. 그래서 참 매력적인 노래죠.” 밝은 멜로디와 슬픈 가사, 예쁘면서도 우울함이 묻어나는 보이스. 곡을 만드는 정바비의 감성에도, 그것을 부르는 보컬 계피의 목소리에도 청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이중성이 존재한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4. 슈퍼키드의
“지인 결혼식에 갔는데, 슈퍼키드 분이 축가로 ‘둘이서’를 부르셨어요. 록 밴드가 이렇게 예쁜 노래를 하다니! 그 때 듣고 바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았어요. 인디밴드 음악을 들어보면 심오한 느낌보다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옮겨온 것처럼 소소한 일상을 적어놓은 가사들이 많더라고요. 이 곡 역시 소박하고 가사도 단순하지만, 그게 더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어요. 나중에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불러주고 싶은, 제가 찜해놓은 사랑의 세레나데예요. 요즘엔 남자, 여자 이런 거 없어요. 남자가 하나 해주면 여자도 하나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남자들, 마냥 퍼주지 않는다고요! (웃음)” 2004년 ‘허니첵스’라는 이름으로 대학가요제 금상을 수상한 후 지금의 슈퍼키드를 결성한 그들은 늘 즐겁고 흥겨운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에 비하면 ‘둘이서’는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곡이지만, 그럼에도 슈퍼키드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5. 자두의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는 개그우먼 신봉선을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 준 ‘대화가 필요해’의 배경음악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콩트를 보고 개그우먼의 꿈을 키웠기 때문에 데뷔하고 나서 꼭 콩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빠른 호흡의 개그를 선호했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김대희, 장동민 선배님과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하게 되면서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았죠. 요즘도 김대희 선배님께 전화하면 ‘어? 여보! 동민이는?’이라고 하시고 전 ‘모르겠십니더, 그놈의 자슥!’ 이렇게 받아쳐요. (웃음) 그 때 이 코너를 하면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대화가 필요해’를 들었는데, 이 노래만 나오면 ‘밥묵자’라는 말부터 생각나요.” 자두가 2002년에 발표한 ‘대화가 필요해’는 대화가 부족한 오래된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랑노래지만, 개그우먼 신봉선에게 ‘대화가 필요해’란 “나한테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BGM인 셈이다.

신봉선│내 마음을 알아주는 인디밴드 노래들최근 신봉선은 꽤 흥미로운 방송생활을 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드록바 닮은꼴’ 혹은 ‘못난이계의 아이콘’으로 각인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온스타일 와 오는 9일 첫 방송을 앞둔 인생 성형 프로젝트 < SOS (Save Our Style) >의 진행자로 발탁됐다.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어필하고 있는 신봉선은 어떤 MC를 꿈꾸고 있을까. “프로그램에 따라 제 역할이나 콘셉트가 달라지겠지만, 가슴으로 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그냥 건성으로 ‘그러셨어요? 놀라셨겠어요’라고 리액션을 해주는 게 아니라 친구 얘기 들어주듯이 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진행자.” 가을방학의 ‘동거’를 소개하던 중 “어유, 기자님도 한 집안의 딸이니까 제 마음 잘 아실 거예요. 엄마한테 잘해 드려야겠다 하면서도 막상 얼굴 보면 짜증내고, 그쵸?”라고 말하며 인터뷰어를 대화에 동참하게 만드는 친화력이라면, 그 꿈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글. 이가온 thir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