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곡성’, 500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영화” (인터뷰②)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곡성’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나홍진: 개인의 신념을 건드리는 영화이니까. (웃음)

10. ‘삭제된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감독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나홍진: 그 삭제된 부분이 들어간다고 궁금했던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진 않는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버전이 감독판이다. 따로 ‘감독판’이나 ‘무삭제판’ DVD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관객들이 미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럼 ‘곡성’은 안 좋은 영화로 기억 남겠지. (웃음)

10. 네티즌들이 ‘곡성’에 대해 분석해 놓은 댓글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런 내용들도 찾아서 읽어봤는지 궁금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었나?
나홍진: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찾아보고, 많이 읽었따. 진짜 다 놀랍더라.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내가 연출했을 때의 의도를 정확하게 설명해놓은 댓글도 있었고, ‘와,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한 거지?’하고 놀랄 정도로 기가 막힌 댓글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 이 영화에 대해 될 수 있으면 말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우리나라에 고수들이 정말 많다. 그 분들 다 영화하셔야 될 것 같다. (웃음)

10. 또 앞서 ‘곡성’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피해자’를 언급했는데, ‘곡성’에는 또 다른 핵심 키워드도 있다. 영화 안에서 몇 번씩이나 등장하는 ‘미끼’다. 혹시 낚시 좋아하나?
나홍진: 좋아는 하지만, 낚시를 잘 못한다. 내가 던지면 잡히질 않는다. ‘누가 미끼를 물지 아무도 모른다’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낚시꾼들은 반대다. 목표가 확실하다. 각자 생각하는 물고기들이 다 하나씩 있다.

10.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또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다.
나홍진: 음… 지렁이 입장에선 뭐가 자기를 물지 모를 거다. (웃음)

나홍진 감독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나홍진 감독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개봉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곡성’은 코미디 영화라고 그랬다. 상당히 이색적인 표현이었다.
나홍진: 그게 오해가 있다. 시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났는데 기자들이 몇몇 장면을 언급하면서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몰랐다고 하더라. 또, 배우들도 나홍진 영화에 출연해서 그런 것인지,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정색하며 찍는 거다. 그래서 배우들한테 “우리 영화 코미디에요”라고 어르고, 달랬던 것이 내가 하려던 얘기였다. 그런데 제목만 ‘곡성’은 코미디 영화라고 했던 앞뒤 빼고, 제목만 해서 기사가 나간 것이다. 그덕에 개봉 직후 도움을 많이 받긴 했다. (웃음)

10. 도중에 죽은 사람이 살아나, 좀비처럼 종구 일행을 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그 좀비는 우리가 평상시에 보던 ‘좀비’와는 어딘가 많이 다르다. 특히, 외지인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그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다시 한 번 쌓여가는 시점이다. 좀비가 나타나는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홍진: 장르의 특성상 보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다. 내가 여기서 내 생각을 말한다고 한들, 해결되는 것은 없다. 영화는 긴 러닝타임동안 시시때때도 관객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5분 만에 ‘쟤가 범인이네’할 것이고, 누군가는 끝까지 이야기에 몰입한다. ‘곡성’은 극장에 앉는 모든 분들이 각자 다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영화는 어떤 결말을 내지만 그걸 또 자신만의 관점에서 복기해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관객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을 찾은 500만 명의 관객들에게 집중했다.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곡성’이 탄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업었다. 감독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본인만의 결말을 내고, 이야기에 본인만의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다.

10. 그럼 성공하신 것 같다. 어쨌든 ‘곡성’은 500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영화가 됐으니 말이다. 조금 이른 느낌도 있지만, 혹시 차기작 계획은 있는가?
나홍진: 생각하고 있는 건 있지만, 모르겠다.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쓸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10. 그럼 6년 또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네.
나홍진: 아, 그건 안 된다. 6년 지나면 난 쉰 살이다. 그렇게 살면 내 삶이 억울해질 것 같다. (웃음)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