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응원

<타임>,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응원 ‘여자만세’ 목 MBC 밤 11시 5분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영화판에 뛰어든 신수원 감독은 ‘여자만세’를 통해 한국에서 여자의 몸으로 꿈을 이루려 노력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쫓는다. 그러나 ‘여자만세’는 여성에 대한 세간의 편견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강조하는 대신, 등장인물들이 꿈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드러머 노유난이 주인공인 1부는 막연한 공포를 이겨내는 청춘을, 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워킹맘 김도연이 주인공인 2부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전진배치했다. 과장된 연출로 드라마틱한 구도를 만들지 않는 담담한 어조는 ‘여자만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차분하지만 또렷하게 부각시켰고, 덕분에 ‘여자만세’는 젠더 담론에 매몰되어 주인공의 인생을 생략해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 노유난이 카메라를 향해 “그냥 막 하고 있긴 한데, 세 개(다큐, 미니 앨범, 단독 공연) 어느 것 하나도 자신이 없다”고 불안을 토로하는 대목은 여성이기 이전에 보편적인 청춘의 고민이어서 더 강한 울림을 얻는다.

1부와 2부가 꿈을 쫓는 여성들에 현재에 대한 예찬이었다면, 1960년대 활약했던 여성영화인 삼총사 ‘삼바가라스’의 활약을 추적한 3부 ‘1960, 삼바가라스’는 선배들을 향한 헌사다.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과 홍은원이 편견과 싸우며 영화를 만든 기록은 언뜻 제 재능을 다 펼치지 못한 선배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만 가득할 듯하지만, 신수원 감독은 그들이 남긴 결과물만 놓고 그들의 삶을 불행하다고 단정짓지 않는다. 함께 활동했던 편집기사 김영희와 엄앵란은 기꺼이 ‘삼바가라스’의 당당하고 화려했던 시절에 대해 증언하고, 감독은 그를 통해 치열하지만 희열로 가득한 꿈을 쫓는 과정 자체를 찬미한다. 젠더만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신수원 감독의 태도는 ‘여자만세’를 단순한 구호나 프로파간다를 넘어선 층위로 끌어 올린다. 박남옥 감독이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여자로 태어나도 남자들 하는 거 다 했는데 내가 뭐 하러”라고 답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여자만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에게 신수원 감독이 보내는 가장 미더운 응원이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