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민폐형 캔디렐라 아닌 여주인공의 발견

첫 회 KBS 수-목 밤 9시 55분
첫 회는 ‘밀당’의 승리였다. 이미 열렬한 사랑에 빠진 세령(문채원)과 승유(박시후)의 비극적인 앞날을 먼저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들의 첫 만남은 그저 풋풋하고 아름답게만 비춰졌을 것이고, 세령의 아버지 수양대군(김영철)과 승유의 아버지 김종서(이순재) 사이에 오간 “종국에는 둘 중 한 사람이 피를 보겠죠”와 같은 섬뜩한 세력다툼이 없었다면 어제 방송은 평범하고 달콤한 멜로 드라마에 불과했을 것이다. 왕위를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인해 원수가 되어야만 했던 남녀의 러브스토리, 즉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는 첫 회부터 희극과 비극, 사랑과 정치 사이의 균형감을 잘 살렸다. 제작진의 영리한 연출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안정적으로 흘러갔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낭군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경혜공주(홍수현) 대신 강론수업에 참석한 세령과 새로 부임한 강사 승유(박시후)는 이미 각자가 소속된 공간 내에서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해 온 덕분에 단 두 번의 강론수업만으로도 일종의 ‘케미스트리’가 만들어졌다. 비단신보다 말타기에 관심이 많고 “들판에 제멋대로 핀 꽃이 훨씬 더 좋은” 당돌한 성격의 세령은 “여인은 사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승유의 가르침에 발끈했고, 승유는 능글맞은 눈빛으로 방대한 양의 과제를 내주는 복수로 맞대응했다. 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치 탁구 치듯이 대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호흡도 호흡이지만, 세령이 조신하고 수동적인 조선시대 여인이 아닌 당당하고 소신 있는 여성이라는 점 역시 앞으로 이 드라마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걸핏하면 민폐형 캔디나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현대물과 비교해보면, 더욱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글. 이가온 thir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