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음악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들

잘 웃는 사람은 예쁘다. 그래서 김지수는 참 예쁘다. 특히 햇살을 담뿍 받고 자란 해바라기 같기보다 비바람과 함께 자란 씩씩한 들꽃 같은 그의 웃음을 보면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다. 유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기폭제가 되었던 Mnet <슈퍼스타K 2>. 각기 다른 재능과 사연을 갖고 그 무대에 섰던 많은 이들 중에 김지수도 있었다. 제주도 예선에서 김지수가 등장했던 그 순간을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덥수룩한 수염에 소도둑같이 생긴 사내의 입에서 ‘I`m yours~ Well open up your mind and see like me~’ 라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순간, 그곳을 둘러 싼 공기가 바뀌었다.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뺏은 건, 단지 비주얼을 배반하는 미성과 음악적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웃는, 그리고 주위 사람을 웃게 하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그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김지수는 고향에서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고 장난치듯 시작했던 거리 공연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나간 <슈퍼스타K 2>를 시작으로 여러 편의 드라마 O.S.T를 거쳐 드디어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뚜렷이 새겨진 앨범을 발매했다. 이 날이 오기까지 누구보다 힘들고 슬픈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음악이 있어서 김지수는 웃을 수 있었고, 또 행복했다. “거창하게 음악이 절 구원했다고 생각은 안하고 제가 좋아했으니까. 그냥 음악 할 때만큼은 즐거웠거든요. 진짜 돈 없고 슬퍼도 그냥 너무 즐거운 거예요.”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 또한 배우의 얼굴이나 연기나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라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으로 기억하는 김지수다. 그는 ‘음악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들’을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추천했다.


1. <원스> (Once)
2006년 | 존 카니

“이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얘기할 때 당연히 있어야 해요. 영화도 물론 좋지만 특히 O.S.T가 정말 좋아요. 제가 CD도 갖고 있는데, 곡 하나 하나가 정말 좋아요. 특히 ‘Falling Slowly’ 이 노래는 정말 정말 좋아해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가 함께 음악을 만들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음악영화. 영국의 실력파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The Frames)’의 보컬 글렌 한사드와 체코 출신의 뮤지션 마르게타 이글로바, 그리고 ‘더 프레임즈’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존 카니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이 탁월한 음악영화에서 음악은 이야기를 위한 장치가 아닌 영화 전체의 ‘정서’ 자체로 존재한다.

2.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
2007년 | 커스틴 쉐리단

“<어거스트 러쉬>는 <원스>랑 함께 음악적으로 영향을 진짜 많이 받았어요. 두 영화를 보다가 일시정지 해두고 기타 갖고 와서 치기도 하고. (웃음) 특히 ‘This Time’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정말 좋아요. 어떤 아티스트가 이 곡을 기타 핑거링 주법으로 연주하는 걸 봤는데 정말 멋있어요.”

첫 눈에 사랑에 빠진 촉망받는 첼리스트 라일라와 매력적인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 루이스. 하지만 라일라 아버지의 반대로 둘은 헤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낳은 아이마저 거짓말로 잃게 된다.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가진 아이로 자란 어거스트는 부모님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길거리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프레디 하이모어의 놀라운 기타 연주와 타블로, 구혜선의 카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3.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2007년 | 팀 버튼

“제가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가위로 목을 착~ 자르고 사람으로 고기를 만들고 하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리고 모든 대화를 다 노래로 하잖아요. 노래가 너무 반복돼서 좀 지겹기도 했지만. (웃음) 저는 특히 “I`ll steal you, johanna~”라고 노래를 너무나 대화하듯이 하는 부분이 좋았어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이발사, 스위니 토드의 연쇄 살인 복수극을 그린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팀 버튼 감독이 괴이하고 아름다운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다. 팀 버튼의 페르소나, 조니 뎁이 스위니 토드 역을 맡았고, 러빗 부인 역은 팀 버튼의 아내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했다. “감독과 소재의 완벽한 결혼”이라는 한 평처럼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원작의 분위기를 십분 되살린 팀 버튼의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4. <드림걸즈> (Dreamgirls)
2006년 | 빌 콘돈

“<드림걸즈>는 그냥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을 좋아해요. 정말 재미있어서 넋을 잃고 봤던 것 같아요. 특히 ‘Steppin To The Bad Side’라는 노래가 나오는 장면을 잊을 수 없어요. 이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공연 때 따라 할 정도에요.”

우리 시대 최고의 디바, 비욘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드림걸즈>는 1960년대, 당대를 풍미한 흑인여성 트리오 ‘슈퍼림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시카고>의 빌 콘돈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3>의 파이널리스트, 제니퍼 허드슨에게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주며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5. <국가대표> (Take Off)
2009년 | 김용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저처럼 그냥 동네에 흔히 있는 청년에 불과한, 아무것도 없던 삶이잖아요. 그런데 뭔가 거창하게 꿈이라기보다 얼떨결에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서 그게 인생이 되잖아요. 보통 영화에서는 평생 꿈꿔왔던 게 딱 이뤄지거나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갑자기 생뚱맞게 스키점프를 타게 되는 게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라는 음악이 나오면서 활강하는 그 장면은 너무 슬프고 감동적이어서 막 울었어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 대표팀의 좌충우돌 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스포츠 영화. 전(前)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던 입양인 밥을 제외하면 나이트클럽 웨이터, 맨날 숯불만 피우던 고깃집 아들, 소년 가장과 그의 좀 모자란 동생까지, 누구 하나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이들이 없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거치며 스키점프와 진짜 사랑에 빠진 이들은 점차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을 즐기게 된다.


90년생. 스물두 살. ‘시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나이다. 시작이 설레는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남길 여유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던 시절을 거쳐 그토록 꿈꾸던 ‘가수’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올해는 김지수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제가 TV를 보면서 항상 존경했던 분들이랑 함께 무대에 서거나 라디오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는 생활로 바뀐 거예요. 아니 이게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싶은 거죠. 이 모든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좋아하고 존경했던 이들을 눈앞에서 보는 게 아직은 신기한 신인가수, 김지수이지만 <슈퍼스타K 3>가 시작을 앞둔 지금, 그 또한 이제는 누군가가 닮고 싶고 꿈꾸는 미래이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그가 추천한 영화 <국가대표>에서 흘러나온 이 노래 가사처럼 앞으로도 힘든 시간과 좌절을 경험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해맑게 웃는 그 얼굴을 잃지 않는다면 그의 곁에는 사랑하고 응원할 팬들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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