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플리>, 변명만 하다 끝났다

<미스 리플리>, 변명만 하다 끝났다 마지막 회 MBC 화 밤 9시 55분
최종회 전체가 하나의 에필로그였다. 미리(이다해)의 사기행각과 출생의 비밀 등 드라마를 이끌어가던 갈등의 축이 다 공개된 뒤 물속으로 잠수한 15회 엔딩 신을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다. 미리가 의식을 잃은 동안 주변 인물들은 그동안 이 극이 벌여온 일들을 손쉽게 수습할 기회를 갖는다. 집착하던 히라야마(김정태)는 피리를 부는 순한 양이 되어 미리를 놓아주며, 타이밍 좋게 병원에서 깨어난 이화(최명길)는 딸을 간호하며 용서를 빌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유현(박유천)은 미리가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리가 깨어난 뒤, 드라마는 대부분의 방영시간을 그녀의 자기변명에 할애한다. 15회를 주변 인물들의 변호로 소비하고 최종회까지 자기변명으로 극을 채워야 했을 만큼, 주인공이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였다는 사실을 드라마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의 문제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고아이자 학대받는 빈민 여성이라는 기본설정만으로도 공감 받을 수 있었던 장미리라는 인물에게서 정작 사회적 시선으로 읽어낼 만한 내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정아 사건과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살려 사회적 장벽과 욕망과 자기기만 사이에서 자기 분열하는 여성을 충실히 그려냈다면 수작이 될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활용조차 못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년”이란 자조와 다르게, 미리의 승승장구에는 위장 학벌보다는 육체적 매력과 소위 ‘호구’라 불리던 주변인들의 자진 상납에 가까운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끝까지 자신의 문제점이 무언지도 파악 못한 미리가 물에서 빠져나온 뒤 세례라도 받은 듯 참회하고 용서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 결말은 그래서 더 허무했다. 차라리 곧잘 비교되던 MBC 의 결말처럼 의식을 잃은 미리의 가상현실이었다면 최소한 ‘미스 리플리’라는 별칭에 맞는 여운은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