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나에게 힘을 주는 노래들

윤계상이 배우라는 이름을 욕심낸 건 그의 나이 스물일곱 때였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기에 이상하지 않은 나이지만, 이미 가수로 데뷔해 최고의 자리를 경험한 그였기에 그 의미는 달랐다. 비록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손에 쥔 성공을 놓고 다시 출발선에 서서 시행착오를 각오하기에, 스물일곱은 두려움을 너무 잘 아는 나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는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 거예요. 그것도 스물일곱 살에. 이미 머리도 다 컸고 삶에 대해서 생각할 때에 그걸 만났으니까 얼마나 집착했겠어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너무 아까운 거예요. 원래 집중하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었는데 거기에 욕심과 좋아함이 더해졌으니 그 집착은 엄청나죠. 그러니까 남들이 욕을 해도 상관없어요.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진짜. 왜냐하면 연기는 내거니까, 그 사람들이 빼앗아 가는 게 아니잖아요.”

윤계상은 신인 배우의 당연한 연기력 부족에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더해져 쉽지 않은 배우 생활을 해오는 동안 스스로도 상처 입고, 또 실수로 타인을 상처 입히기도 했다. “편견과 싸우는 과정에서 막 헛소리도 하곤 했지만, 몰라서 실수를 했고, 그러면 또 사과를 하면서 지금까지 해왔어요.” 그런 부침 끝에 올해 MBC <최고의 사랑>과 영화 <풍산개>를 통해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 부드러운 윤계상의 첫인상을 극대화한 훈남 한의사 윤필주를 통해 속 깊은 어른의 남자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단 한 마디 대사도 없지만, 눈빛과 몸으로 백 마디 말보다 묵직한 이야기를 건네는 풍산을 통해 배우로서 그가 가진 가능성과 재산을 세상에 확인시켰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지 8년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모든 걸 내던졌던 스물일곱 그 시절 그대로이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하는 윤계상. 다음은 홈런을 맞을지언정 언제나 미트 한 가운데를 향해 ‘진정성’이라는 이름의 직구를 던지며 살아 온 윤계상이 무릎이 꺾이고 어깨에 힘이 빠져도, 다시 연기라는 마운드에 설 수 있게 격려하고 힘을 주는 노래들이다.


1. 써니힐(Sunny Hill)의 <최고의 사랑 OST Part 3>
“‘두근두근’을 흥얼거리면, 뭔가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요. 제가 가수할 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노래인 것 같아요. 이 노래가 10년 전 걸 그룹이었던 국보소녀의 노래로 만든 건데, 실제 당시 핑클이나 S.E.S 같은 그룹이 불렀던 노래랑 느낌이 정말 흡사해서 그 때 추억 같은 게 떠올라요. (옥)주현이가 나와서 노래할 것만 같아요. (웃음)” 윤계상이 추천한 첫 번째 곡은 <최고의 사랑>의 메인 주제곡인 ‘두근두근’이다. 극 중 독고진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만들었던 이 노래는 윤계상에게도 추억을 담은 응원가가 되어 주었다. 이 곡을 만든 서재하 작곡가에 따르면 실제로 핑클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2. Police, Sting의 < The Very Best of Sting & the Police >
“영화 <레옹>를 정말 좋아해요. 그 영화 자체가 저의 로망이에요. <영웅본색>도 정말 좋아하는데, 영웅인데 영웅 같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는 느와르를 좋아해요. 특히 레옹이 움직이는 계기가 마틸다라는 여자애인데 그 점이 <풍산개>와 닮았구요. <레옹>의 삽인곡인 ‘Shape of My Heart’를 들으면 (기대있던 몸을 일으키며) 이~렇~게 일어나게 될 정도로, 힘이 막 솟는 것 같아요. 지금은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서정적인 음악과 철학적인 가사로 유명한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윤계상의 두 번째 추천 곡이다. 인상적인 기타 연주와 스팅의 담담한 듯 호소하는 목소리가 인상적인 이 곡은 윤계상의 휴대폰 컬러링이기도 하다.

3. Ne-Yo의 < Beautiful Monster (Single) >
“제가 자전거를 자주 타거든요. 밤에 한강 고수부지로 가서 청담동에서 여의도까지 왕복하는 게 취미예요.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Beautiful Monster’를 들었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막 페달이 빨라지는 거예요. 이 노래를 거의 한 달 동안 계속 들었는데, 쉴 때 제게 힘을 주는 노래예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R&B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Ne-Yo의 ‘Beautiful Monster’가 윤계상이 추천한 세 번째 곡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만드는 비트가 듣는 이의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이 노래에 대해 그는 “노래 안에 감정의 클라이맥스가 있다”고 말한다. ‘Beautiful Monster’는 기존 Ne-Yo의 음악 색깔과 달라 자신의 색을 잃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힘은 여전한 곡이다.

4. 박봄의 < DON`T CRY (Digital Single) >
“박봄 씨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예요. 노래를 정말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YG의 인터넷 방송인 ‘YG ON AIR’를 매번 찾아볼 정도로 좋아해요. 박봄 씨는 아이돌이 아니에요. 뮤지션이에요.” 윤계상이 박봄을 좋아하는 것은 유명하다.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자신이 과분한 인기를 얻는 것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던 윤계상은 박봄의 노래 실력에 반했다. 올해 4월 발표한 박봄의 두 번째 솔로곡 ‘DON`T CRY’는 피아노 선율과 하우스 비트에 그녀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잘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YG ON AIR’ 3편에서는 이태윤, 최태완, 함춘호, 강수호 등 국내 최고의 세션맨들과 함께 작업한 밴드 버전 ‘DON`T CRY’도 들을 수 있다.

5. 이루마의 <3집 From The Yellow Room>
“‘Kiss the Rain’을 들으면 잠이 그렇게 잘 와요. 마음이 평안해지고 왠지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노래예요.” 윤계상이 추천한 마지막 곡은 또랑또랑한 피아노 선율이 똑 똑 떨어지는 비를 연상시키는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곡 ‘Kiss The Rain’이다. 부제 ‘비를 맞다’와 참 잘 어울리는 이 곡은 비 오는 날, 유독 라디오에 많이 신청되는 곡이기도 하다. 섬세한 감성을 심플한 선율에 담아내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는 뉴에이지 아티스트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떤 장르로 불리든 그의 음악이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뮤직인 것은 분명하다. ‘Kiss the Rain’이 수록된 3집 앨범 < From The Yellow Room >의 제목은 그가 작업한 런던의 작은 방이 노란빛을 띠었던 데서 따온 것이다.


“저는 작품을 병행한다는 게 불가능해요. 최선을 다 하고 나면 좀 쉬어야 하니까 1년에 딱 두 작품 밖에 못 해요. 원래는 드라마를 끝내고 무조건 영화를 할 순서지만 드라마도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가진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제 힘이 더 커지면 제가 좋아하는 분들에게 힘이 되어 드릴 수도 있을 테고.” 윤계상이 원칙을 깨고 선택한 작품은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 <하이킥 3>(가제)다. 상냥한 윤필주에서 바짝 날 선 풍산을 거쳐 그가 보여 줄 새로운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윤계상은 이번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온 우주의 힘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것이다. 이것만은 의심하지 않아도 좋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