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드림’, 절박함을 저당잡아 선의로 포장한 쇼

‘집드림’, 절박함을 저당잡아 선의로 포장한 쇼 ‘집드림’ 일 MBC 오후 5시 20분
‘내 집’이 없으면 자녀 교육도, 노후도, 당장 몇 년 후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는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내 집 장만’은 신앙과도 같다. 그래서 무주택 가정을 위해 집을 한 채 걸고 퀴즈판을 벌이겠다는 MBC ‘집드림’은 필연적으로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쇼다. 물론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싶다”는 제작진의 선의를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기획의도가 선의로 충만하다 해도, ‘집드림’이 근본적으로 경쟁에서 승리한 한 가정만이 보금자리를 얻는 서바이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집이 필요하신 분들이라 충분한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쇼의 재미 요소를 설명하는 김준현 PD의 말에 벌써 타인의 절박함을 엔진 삼아 전진하는 서바이벌의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다른 서바이벌에는 기획의도와 형식 간에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 재능 있는 신인 발굴이란 기획의도는 참가자들의 실력을 겨루는 서바이벌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집의 개념을 재조명하겠다는 ‘집드림’의 기획의도는 한 사람의 승자만 남기는 토너먼트 형식과 아무 연관이 없다. 의도와 형식 간의 연결점이 없으니 쇼는 찰기를 잃고 흩어진다. 참가자들의 절절한 사연과 해외 사례에 비춰 본 한국의 주거문화 고찰, 그리고 이어지는 퀴즈쇼는 40분 남짓한 러닝타임 내내 따로 논다. 여기에 제작진은 한 술 더 떠 모두에게 공평무사한 문제를 출제하겠다며 주제와도 아무 연관 없는 양자택일 퀴즈를 들이밀었다. ‘네덜란드 건축설계사의 막내아들은 뱀 인형과 거북이 인형 중 어떤 걸 더 좋아하는가’라는 퀴즈는 기획의도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오로지 퀴즈를 위한 퀴즈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8강 진출을 제비뽑기 식으로 결정지은 것이다. 제작진이 의도한 게 무엇이든, 이건 서바이벌’쇼’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리에겐 쇼인 것이 ‘내 집’이 간절한 그들에겐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제작진에게 타인의 운명을 제비뽑기에 맡겨도 좋다고 허한 바 없다. 기획의도는 좋지 않느냐고? 옛말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