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얄팍하지 않은 치유의 시간

‘남자의 자격’, 얄팍하지 않은 치유의 시간 ‘남자의 자격’ 일 KBS2 오후 5시 20분
“음악이 많은 것을 치유해주는 것 같고, 특히 ‘남자의 자격’은 아픈 데를 치유해주시더라구요.” 지난 해 외아들을 사고로 잃었지만 그 슬픔을 함께 보듬으며 걸어가는 부부 참가자가 밝힌 이 참가 이유는 우리가 ‘청춘합창단’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젊은 시절 “콩나물 대가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들어갔던 합창단의 ‘푸른 드레스’를 잊을 수 없어서, 어려운 시절을 “꿋꿋이 잘 견딘 본인에게 상을” 주고 싶어서, 남편의 반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살림만 하고 애들만 키운 게” 억울해서 등 청춘합창단의 오디션 자리에 선, 필부필부의 사연은 다르지만 또 닮았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도 마음속에 저토록 애타는 열정과 간절함을 간직하고 살아오셨음을 가감 없이 들려주는 ‘남자의 자격’의 태도는 촌스럽지만 진심이다. 그래서 참가자들과 ‘남자의 자격’ 멤버들,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한 참가자가 부른 ‘목련화’의 가사처럼 ‘추운 겨울 헤치고’ 사연 많은 나날을 지나 온 이들이 삶의 무게를 안고 부르는 노래는 꿈이니 열정이니 하는 당의로 얄팍한 경쟁 논리를 포장한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줄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3주째 이어지는 이 오디션이 지겨울 수도 있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수동적인 관객이자 조연이 돼 버린 것이 아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부제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임을 되새겨 보자. “나만을 위한 삶을 노력하고 싶어서” 회사 대신 오디션장으로 향한 호텔 사장님과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도전하는 전직 합창단원에게 인생에서 뒤늦게 혹은 마지막으로 꿈을 노래하는 이 치유의 시간을 잠시 내어주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글. 김희주 기자 fif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