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

“연기자들의 경우 신인이 등장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이 없어요.” SBS 의 특별 자문위원을 맡은 배우 이순재가 말했다. 그래서 오로지 연기자만을 선발하는 제작 소식은 배우의 꿈을 가진 수많은 지망생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노래는 누구나 많이 부르지만 실제로 연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많이 지원할지 모르겠다”는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의 우려에도 약 2만 2천여 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열정 가득한 지원자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오디션에 임했지만, 극히 일부만이 합격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역예선에서 지원자들의 가능성을 점쳤다면, 본선에서는 예선심사에서 각자에게 내 준 과제를 얼마나 수행했느냐가 중요한 심사기준이 될 것이다.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탈락될 “중요한 순간”이다.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에 앞서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숙지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심사평을 항목별로 나눠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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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내 색깔, 내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에서 자신의 음역대, 목소리 색깔과 잘 어울리는 선곡이 중요한 것처럼, 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 선택이다. 귀여운 단발머리에 앙증맞은 외모를 갖춘 21살짜리 지원자(박기림)는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한다며 호피무늬 옷을 입고 팜므파탈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로부터 “훨씬 편안해 보인다”는 호평을 들었던 연기는 그 이후에 보여줬던 ‘애교 있는 여자친구’의 모습이었다. 아직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본인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픈 아내를 돌보느라 연기를 포기해야 했던 노년의 지원자(전종채)는 영화 에서 아내의 암 소식을 듣고 충격 받는 남편의 모습을 통해 실제 그 캐릭터를 연기했던 김갑수로부터 “자연스러운 감정이 묻어난다”는 평을 들었다. 개인적인 감정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것을 적절하게만 활용한다면,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나만의 개성이 완성될 것이다.

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다양한 얼굴 근육을 사용할 줄 안다면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라 등장하는 순간부터 심사위원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았던 지원자(장도윤)가 악한 연기를 할 때도 계속 그 웃음을 보이자, 곽경택 감독은 “얼굴에 웃는 근육만 발달돼서 다른 연기할 때 그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예리한 평을 내놓았다. 이미숙의 말처럼 “웃을 일만 있는 인생”을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면 인위적인 훈련을 통해서라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낼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엄마를 떠나보내며 오열하다가 금세 63빌딩을 처음 보는 해맑은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던 지원자(어현영)를 향해 심사위원들은 마치 아름다운 원석을 발견한 듯 흐뭇하면서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연기한 사람과 지금 연기한 사람이 동일인물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는 극찬과 함께. 심사위원들이 거의 모든 지원자들에게 그들이 준비해 온 연기와 정반대의 이미지 연기를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이는 본선 진출을 위해, 그리고 진출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다.

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잘 하는 건 아니지만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면
심사위원들이 “당신의 꿈을 캐스팅하겠습니다”라며 합격버튼을 누를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잘한다”가 아니라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 혹은 “체계적으로 배우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와 같은 기대평이다. 이미 훈련된 프로가 아니라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아마추어를 발굴하는 것이 모든 오디션의 목적이라는 점에서, 지원자들이 갖춰야 할 세 번째 덕목은 바로 가능성이다. 이범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요한 순간입니다”라고 말하거나, 안경 너머로 매서운 눈빛을 보이던 구본근 드라마국장이 급기야 안경을 벗고 “다시 해봐요, 다시, 더 크게!”를 연달아 외치는 이유는 “어디까지 바뀔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기 위함이다. 혹은 무언가를 시키지 않고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본인 연기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심사위원은 이미 당신의 단점을 간파하고 던진 질문이니 애써 포장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고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게 문제”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지원자(문원주)에게 김갑수가 준 것은 탈락 버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있기 때문에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합격평이었으니 말이다.

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실제와 연기를 구분할 수 있다면
과거 ‘루저 발언’ 때문에 방송활동을 접고 급격하게 살이 찐 지원자(빈혜경)에게 김정은은 말했다. “다이어트보다 더 큰 문제는 도망가는 행동이다. 배우는 감정을 사용하는 직업이다 보니 더 강해져야 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오디션에서든 절절한 사연을 지닌 지원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에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꿈을 접어야만 했던 배우 지망생, 데뷔는 했으나 출연 기회가 드물었던 신인 배우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그것이 배우라는 꿈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좋은 징표, 연기의 탄탄한 밑바탕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 자체가 연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연기는 주어진 남의 인생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서 표현하는 작업이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눈물 연기가 장점이었던 지원자(홍유리)조차 “감정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연기할 장면에 대한 설계가 없는데 이를 교정 받고 오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간신히 합격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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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네가 제일 잘 나가? 예쁜 척, 멋있는 척, 강한 척을 한다면
과반수의 도전자들이 울거나 분노하는 연기를 선보였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풍부한 감정연기’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울부짖고 멋있는 게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고 착각한다”는 김정은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움찔하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심사 내내 드라마틱한 연기만 보다가 “가볍게 웃기는” 연기를 준비한 지원자(이윤숙)가 등장하자 심사위원들은 ‘이제야 가슴이 뻥 뚫린다’는 듯 시원한 미소와 함께 합격 버튼을 눌렀다. 또한, 잘생긴 남자 지원자는 멋진 로맨티스트나 바람둥이를, 예쁜 여자 지원자는 애교 많은 여자친구, 특히 SBS 의 미호(신민아) 연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꽤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은 “얼굴이 예쁘다는 것 때문에 방심한 것 아닌가?”, “잘 생기고 매력 있고 대사 웬만큼 하면 꽤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는 혹평이었다. 자신의 우월한 외모를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예쁜 척 하지 않는데도 예뻐 보인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SBS <기적의 오디션> 합격비법서성대모사인지 연기인지, 어설픈 흉내에 그친다면
연기자 오디션에서 지원자들이 읽어야 하는 것은 대사가 아니라 심사위원의 마음이다. 기성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벤치마킹하는 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말투나 제스처만을 흉내 내는 건 굉장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SBS 의 오스카(윤상현)처럼 능글맞은 연기를 했던 지원자(김준구)는 “오스카의 어떤 점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혼자 장난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영화 에서 아들을 유괴당한 아버지 역할을 연기했으나 그저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기만 한 지원자(박장영)에게는 “혹시 설경구 씨 흉내 낸 거냐?”라는 허무한 심사평이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것은 “조금 허술하더라도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연기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