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배우의 길, 오답노트 작성 중” (인터뷰)

[텐아시아=장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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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20대 여배우 중에서도 여러 가지로 독특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여배우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인터뷰 어록’이 회자될 정도로 논리정연한 말솜씨를 자랑한다. 게다가 연예계가 20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지금, 신세경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이 공통적으로 반기는 얼굴이기도 하다. ‘선덕여왕’부터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까지 김영현-박상연 작가 콤비와 세 번째 호흡을 맞추며 신세경은 두 사람의 ‘뮤즈’가 됐다. 누군가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뮤즈’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고된 일인가. 이제 겨우 20대 중반을 넘어선 신세경은 믿음으로 자신의 예술가들의 부름에 답했다.

10. ‘육룡이 나르샤’가 종영했다.
신세경 : 시원하고 섭섭하다. (이방원 역의 유아인이 시원함 98%, 섭섭함 2%라는 말에) 나는 시원함이 90%, 서운함이 10%다. (웃음)

10. 50부작이었던 만큼 ‘육룡이 나르샤’는 쉽지 않았던 도전이었겠다.
신세경 :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정말 길었고, 체력적으로 죽고 사는 느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정신줄을 잘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다가 정신줄을 놓을 것 같은 순간도 있었는데, 현장에서 다른 배우 분들을 만나면 나와는 차원이 다른 수고를 하고 있어서 마냥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10.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세 번째 호흡이다. 부담은 없었나.
신세경 :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세 번이라는 것도 큰 의미지만, 분이 캐릭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분이에 대한 애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10. 같은 작가와 꾸준히 작품을 하는 건 장점도 단점도 모두 있겠다.
신세경 : 아직 안 좋은 점은 찾지 못했다. 나는 연륜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고, 아직 갈 길이 많은 사람이다. 다만 장점은 알겠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님이 그리는 여자 캐릭터는 이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10. 육룡 중 유일한 여룡이었던 분이의 활약이 시청자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었다.
신세경 : 안 좋은 얘기가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님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형상이 있었던 것에 비해 내가 가진 그릇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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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방원 역의 유아인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
신세경 : (유아인) 오빠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더라. 똑같고 여전히 센스 있고, 멋있는 사람이다. 정말 좋았다. 나도 낯을 가리는 편이라 새로 작업을 시작하면 친해지고 서로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오빠랑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편하고 좋았다.

10. 신세경이 보는 이방원은 어땠나.
신세경 : 말하자면 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같지 않았다. 유아인 오빠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항상 한 여자를 사랑하고, 항상 옳고, 바르고, 선한 것만 추구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아인이 표현하는 이방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본 텍스트만 보면 이방원은 빨간색인데 유아인은 파란색이고, 그게 합쳐지면 보라색이고, 저는 그게 멋있다. 작가님이 창조하신 이방원도 멋있지만, 유아인과 이방원을 따로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결론은 이방원은 멋있다는 거다. (웃음)

10. 함께 호흡을 맞춘 유아인, 변요한, 윤균상의 장점을 꼽아준다면.
신세경 : 세 분이 가진 매력이 너무 달라서 즐거웠다. 복받은 것 같다. (웃음) 유아인 오빠는 섬세하고, 변요한 오빠는 든든하고, 윤균상 오빠는 자상하다. 우리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0. 그렇다면 단점도 꼽아보자.
신세경 : (골똘히 고민하다)(윤)균상오빠는 너무 다정한 게 단점이다. 현장 구석구석 챙기고 다니시느라 피곤하셨을 거다. 그냥 배우들끼리만 다정하고 마는 게 아니라, 저랑 같이 다니는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동생들까지도 다 챙겨서, 현장에 오빠만 나타나면 표정이 밝아지더라. (유)아인 오빠는 너무 센스가 있는 게 단점이다. 둘의 감정이 같이 어우러지는 신인데, 분이의 감정을 제가 파악하지 못한 것까지 오빠가 파악하고 있을 때가 있다. 절 부끄럽게 했기 때문에, 그래서 단점이다. (웃음) (변)요한 오빠는 눈이 너무 서정적이다.  감정이 너무 일찍 잡힌다. 풀샷 다음에 바스트를 촬영하는데, 배우가 가진 아우라 자체가 너무 서정적이고, 수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공기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부터 감정을 다 써버리게 된다.

10. 분이로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무엇인가.
신세경 : 초반에 떼칠 하고 등장했을 때 그 순간순간을 너무 좋아한다. 드라마를 마치고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떼칠 하고 나왔던 그 얼굴이 너무 편했다. 마음을 어느 순간 놔버리면 되니까 정말 편했고 메이크업 수정을 자주 안 해도 되니까 좋았다. (웃음) 다른 옷을 입으면 마음가짐, 몸가짐이 옷에 따라 달라지듯이, 분이 캐릭터를 다지는데 있어서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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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신세경 : 하나는 분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사인데 ‘살아있으면 뭐라도 하는 거니까’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했던 대사 중에는 ‘결국 이 시대의 백성은 아무 것도 못하는 거였네요’ 라는 대사다. 연기를 하는 그 순간에도 울림이 컸던 대사였던 것 같다.

10. 육룡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였던 분이를 연기하며 어떤 걸 느꼈나.
신세경 : 분이가 바로 희망이라는 걸 깨달았다. (웃음) 분이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게 삶의 목적인 사람이다. 희망이 아니어도 희망으로 보려고 하는 분이는 사람들이 희망을 놓지 않게 하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곧 분이가 희망이라는 걸 깨달았다.

10. 신세경은 세계관이 연결되는 ‘뿌리깊은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에 동시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결말이 더욱 남달랐겠다.
신세경 : 맞다. 남달랐다. 찍으면서도 느꼈던 건데 분이가 그런 난세를 겪으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도를 보는데 희망을 마주한 느낌이더라. 정말 뭉클했다.

10. 실존인물이 아닌 분이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혹시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나.
신세경 : 분이는 작가님이 써주신 글이 전부였다. 떼칠 한 분이가 너무 좋아서 애착이 커졌을 뿐이었다. 글을 통해 분이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상상했을 뿐이지, 어려움이나 고민 같은 건 오히려 훨씬 줄어들었다. 기억이 나는 부분이 없는 걸 보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딱히 없나 보다. 이 작품은 대본이 늦은 적도 없었고, 분이가 가진 목적 자체가 갈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애라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은 없었다. 다행이다.

10. 캐릭터가 처음 의도한 대로 잘 마무리 된 것 같나.
신세경 : 잘 걸어온 것 같다. 내가 잘 했다는 게 아니라 분이가 잘 한 거다. (웃음) 우리 작품은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는데, 분이는 잘 걸어온 것 같다. 분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이다. 그게 어렵기도 하고 흥미로운 점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잘 한 것 같다. 내가 아니라 분이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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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분이도 가난한 백성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였지만, 유독 신세경은 ‘눈물나게 가난한’, ‘근면성실한데도 가난한’ 서민형 캐릭터로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웃음)
신세경 : 가난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웃음) 여성이지만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에 끌린다. 그런데 어떤 상황을 이겨나가고 끝까지 놓치지 않고 걸어 나가는 느낌을 주려면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어야 설득력이 높다. 그래서 그런 것 아니겠나. (웃음)

10. 신세경도 힘든 때가 있나.
신세경: 너무 많다. 다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이긴 하다. 일을 하다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너무 만족스럽다가도 다음날 당장 그만두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너무 시원하고 너무 좋다. (웃음) 최고로 좋았을 때는 연기를 하면서 몇몇 순간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5~6부의 분이를 봤을 때였다. 뭔가 모든 것들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랄까. 어긋날 때도 많다. 나는 이렇게 의도하고 연기했는데 브라운관으로는 그렇게 안 보인다거나, 나는 만족했는데 시청자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거나, 혹은 나는 오케이를 못 받아들였지만 시간 때문에 넘어갔는데 방송에는 그럭저럭 나가서 좋은 반응이 온다거나 그런 경우들이 있다.

10. 분이와 비슷한 점이 있나. 극 중 상황에 신세경을 대입해 본다면.
신세경 : 나는 분이처럼 못 살 것 같다. 그래서 더 분이가 귀하고 소중하다. 분이는 사서 고생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건 분이가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그런 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흔하지 않은데 쉽지 않은 길이다. 분이는 넓은 문을 놔두고 좁은 문으로 간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없을 것 같다.

10. 배우의 길도 그렇게 쉬운 길만은 아니다. 신세경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신세경 : 작품에 따라, 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스스로 지탱하려고, 꿋꿋하게 서 있으려고 탐구하고 찾는 것 같다. 때로는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의 박수갈채나 이런 것들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은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진짜다. (웃음) ‘육룡이 나르샤’는 정말 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정말 행복한 현장이었다.

10. 지금 신세경은 어떤 길을 걷고 있나.
신세경 :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 같은데, 오답노트처럼 내 눈에 보이는 단점들, 또 내가 듣는 단점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 발짝씩 고치려고 한다.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찬찬히 나아가는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