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 ‘기억’ 이성민, 기억을 잃고, 기억을 잊다

기억

tvN ‘기억’ 32016325일 금요일 오후 830

다섯줄 요약
윤선희(송지인) 간호사와의 거래로 법적 입양에 관한 소송을 맡기로 한 박태석(이성민)은 상대의 약점을 역이용하며 협상을 이어가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병의 증세에 시달리는 태석은 2차 검사를 받기로 한다. 아들 박정우(남다름)의 문제, 아내 서영주(김지수)의 불면증을 알게 된 태석은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갑자기 기억을 잃고 길을 헤맨다.

리뷰
“일이 왜 이렇게 한꺼번에 오냐.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태석의 말처럼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태석은 병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에서도 숨 돌릴 틈이 없다.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순간순간 기억을 놓치는 증세는 물론이고, 악몽에도 시달린다. 죽은 아들의 뒤를 따라 어딘가를 헤매는 태석의 모습은 병의 증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자살한 김선호(강신일) 박사,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에로 가면의 남자, “당신이 죽였어”라고 말하는 간호사, 죽은 아들 정우와 사고 당시를 연상하게 하는 소리까지. 어떤 형태로든 ‘죽음’과 관련된 네 명의 사람과 사건은 태석이 잊고 싶은 기억, 잃어선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서서히 나타나는 태석의 변화는 사건을 대함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 VVIP와 회사를 위함이 오직 승소의 목표였던 그가 불행해질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그것이 병의 증상 때문일지, 원래의 태석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알츠하이머 진단이 그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병의 진행은 슬프지만,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는 변화는 반가우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태석은 종종 정신이 번쩍 들어 꿈에서 깨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떠한 자극도 없이 다른 세상으로 자신을 데려다놓기도 한다. 마치 현실이 꿈인 것 같은 느낌으로. 직전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 태석의 말처럼 백만 년만의 가족과의 외식을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서 자신의 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고, 차도 핸드폰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극도의 불안을 표현하는 태석의 얼굴,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아직은 아니야, 기억해내’라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은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태석이 느낄 공포로 모두를 밀어 넣고 있었다.

“기억하기 싫은 것만 잊어버리는 약은 없냐” 웃으며 지나치듯 태석은 말한다. 기억이 필요한 순간에 자꾸만 잊어버리는 태석을 보고 있자니 정말 그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하지 않다는 것 알지만 바라게 된다. 태석의 잊고 싶은 기억은 무엇일까. 혹, 그것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아닐까. 태석의 농담 같은 이 말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냐고, 당신의 잊고 싶은 기억은, 절대 잃지 말아야 할 기억은 무엇이냐고.

수다포인트
-출근 인사를 신혼집 집들이 인사로 만들어버리다니! 이렇게 정진(이준호), 봉선화(윤소희) 썸이 시작 되나요?
-정갈한 스타일, 온화한 미소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황태선(문숙) 회장의 끝판대장 포스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기억’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