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멜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내 것이 왔다” (인터뷰)

[텐아시아=장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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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진구는 tvN ‘SNL 코리아’에 출연해 웃픈(웃기고 슬픈) 셀프디스를 감행했다. “도라에몽 진구, 여진구, 부산진구 때문에 아직 스스로 만족할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며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자들의 처단에 나선 진구의 이야기는 정확히 1년 만에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멜로다. 남자들의 세계에만 갇혀있던 진구의 매력은 뜻밖에도 멜로를 만나 제자리를 찾았다. 상남자 매력부터 단정한 행동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묘한 섹시함까지, 안방의 새로운 로망이 된 진구의 참 매력은 그를 마주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사랑, 할 수밖에 없는 남자다.

10. NEW와 3연속 작품을 함께 했다.
진구 : ‘연평해전’, ‘태양의 후예’, ‘원라인’까지, 뉴의 남자다.(웃음) ‘원라인’까지 잘 되면 주식 달라고 했다(일동 폭소). 지금 드라마가 잘 돼서 좋다.

10. ‘태양의 후예’가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고 예상했나.
진구 : 전혀 몰랐다.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다. 나는 작품이 크랭크업하면 딱 끝이다. 잘 되길 바라면서 떠나보낸다. 잘 되길 기도하지도 않는다. 다만 잘 됐을 때 고맙고, 신나고 그런 건 있지. ‘태양의 후예’는 내 14년 연기 인생에서 신드롬급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순간이라 좋기는 한데,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고 누르는 편이다.

10. 기사나 SNS 댓글을 보면 인기가 실감날 것 같다.
진구 : SNS를 할 때나, 매일 뜨는 기사를 볼 때마다 관심이 정말 엄청나구나, 하는 건 있지. 예전에도 엄청 뜨거웠다가 식은 적이 있다. ‘올인’으로 데뷔하자마자였지. 그걸 견뎌내야 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 내공이 쌓인 것 같다.

10. ‘태양의 후예’는 특히 해외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진구 : SNS에 이해할 수도 없는 외국어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그냥 해외에서도 관심이 있구나 하는 거지, 아직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게 전혀 없다. 얼마 전에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3억뷰를 넘었다는 기사도 봤는데, 솔직히 3억뷰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모르겠다.(웃음)

10.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모두 마치고 드라마를 시청하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진구 : 결말도 알고, 요즘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니까 가진 자의 여유랄까.(일동 폭소) 촬영한 지 좀 오래 돼서 방송을 보고 나면 다음 회 대본을 본다.

10. 드라마의 방향을 조금만 귀띔해준다면.
진구 : 재밌게 된다. 8회까지가 전반전이라고 한다면 후반전은 확실히 더 속도감 있고, 더 스펙터클하다. 에피소드도 많아진다. 사건들을 벌려놓고 수습을 못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김은숙, 김원석 작가님 정말 대단하시더라. 시청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깔끔하게 결말을 내놨다. 그리고 ‘구원커플’이 더 많이 나온다. 이쯤이면 구원커플 분량 늘려주세요 할 걸 아는 것처럼 후반전부터 늘어난다. (웃음)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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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서대영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멜로를 잘하는 진구였다니, ‘진구의 재발견’이다. 
진구 : 기다리고 기다렸던 내 것이 찾아왔다는 느낌이었다. 늘 너무 세고, 남자배우들과만 함께 하는 캐릭터들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런 캐릭터 위주로 나를 찾아주시는 게 많았다. 진지한 멜로 언제 찍을 수 있을까, 기다렸지만 거의 반은 포기 상태였을 때 ‘태양의 후예’를 만났다. 처음 대본을 받고 걱정보다는 신난다는 생각이었다. 송중기, 송혜교 모두 김은숙 작가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있었지만, 나는 꿈꿔왔었기 때문에 너무 신나게 했다. (웃음) 내 입에서 나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대사들을 따라만 했었는데, 너무 신났지.

10. 지금까지의 방송분 중 가장 신나게 한 대사를 꼽아준다면.
진구 : 너한테서 도망쳤던 모든 시간들을 후회했겠지. 송중기가 그 대사를 보고 ‘형, 오글거리는 대사 나온다’고 약 올렸다. 그런데 나는 상 받은 것처럼 너무 신났고, 공들여서 찍었다. 공들인 만큼 잘 나온 것 같다.

10. 드라마에서 구원커플’의 로맨스와 남자들의 브로맨스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잘 맞나.
진구 : 브로맨스는 일상생활에서 워낙 달고 산다. (웃음) 매니저도 남자다 보니까, 일할 때는 매니저와의 브로맨스가 있다.(일동 폭소) 일 안 할 때는 농구단 동생들과 농구하고, 끝나고 술 한 잔 먹는 걸 좋아한다. 일상은 브로맨스지만, 일로는 김지원 씨와의 너무 하고 싶었던 로맨스. (웃음)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선물이다.

10. ‘구원커플’의 놀라운 케미의 비결은 무엇일까.
진구 : 진구 씨의 친절함? 진구 씨의 배려?(일동 폭소) 그리고 김지원의 양보다. 김지원 씨는 나를 무한 신뢰로 믿어줬다. 그리고 진구는 엄청 친절했다. (웃음) (김)지원이가 촬영 전에서부터 부담이 많아서 힘들어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여배우랑 촬영을 많이 해본 적은 없지만, 내가 더 나이가 있어서, 혹은 기혼이라 그런지 챙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둘이서 선후배이자 동료로 많이 얘기한 게 케미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특히 우리 둘이 많이 헤쳐 간 부분이 있다. 나중에는 지원이가 스스럼없이 촬영 전에 문자도 보내고, 전화로 상의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많이 노력했다.

10. 시청자들이 ‘구원커플’에 빠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구 : ‘송송커플’이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커플의 느낌이라면, 우리는 사랑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아픈 느낌이다. 사랑과 이별이 전부 담겨 있는 커플이라 자기 얘기 같기도 하고, 응원해 주고 싶기도 하고 그러실 것 같다. 나도 소싯적에 저런 사랑해봤지, 받아도 봤지, 그런 마음 아니겠나. 다들 아직 유시진한테 사랑받고 싶겠지. (일동 폭소) 유시진인 줄 알고 만났다가 서대영처럼 늙어 간다.(웃음)

10. 알파팀 배우들이 특히 끈끈했다고 하더라.
진구 : 강원도 태백에서 가장 많이 찍었는데, 알파팀으로 나오는 박훈 배우의 집이 거기에 있다. 송혜교, 송중기, 알파팀 촬영 끝나면 늘 술자리를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동생들 챙겨주는 걸 너무 좋아한다. 알파팀 간의 의리가 가장 빛났던 건 그리스 촬영이 아니었나 싶다. 전체 촬영이 30회라면 ‘송송커플’이 28회를 나갔고, ‘구원커플’은 10회 정도, 알파팀은 2회 정도 나갔다. ‘구원커플’과 알파팀의 쉬는 날의 교집합이 20일 정도가 생겼고, 알파팀의 유로가 떨어질 때쯤, 이들보다 현찰이 좀더 있는 형(진구)이 등장해서 맛있는 걸 먹었다. 그때 그리스가 비수기라 하루 걸러서 가게들이 자꾸 문을 닫더라. 갈수록 심심해지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배우들과 연기관, 가족사 이런 진지한 얘기를 나누면서 확실히 끈끈해졌다. 먹고 자고를 같이 했으니 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태백부대로 나온 배우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 주연들의 분량보다 더 많이 촬영을 했고, 추울 때도 그렇게 옷 벗고 다니고, 늦게까지 우리를 기다려 줬다. 게다가 6개월 동안 그 몸을 만들기 위해 먹고 싶은 걸 참았다. 너무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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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송중기와의 브로맨스도 빛났다는 평가다.
진구 : 송중기와의 브로맨스는 처음부터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매너가 좋은 사람이다. (송)중기 씨가 연기한 걸 한 작품도 안 봤다. 부러웠기 때문이다. (일동 폭소) 부러워서 안 봤는데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생각보다 더 남자다움에 끌렸는데, 역시 촬영장에서 합이 잘 맞더라. 액션 같은 걸 찍을 때도 그렇고, 둘이 카페에서 농담 주고받는 장면도 그렇고 합이 참 잘 맞는다.

10. 진구와 송중기가 실제로는 ‘태양의 후예’ 속 성격과 서로 반대라고 하던데.
진구 : 역할 속에서는 서대영이 더 남자답지만, 실제로는 송중기가 더 아버지 같고, 더 엄하다. 나는 친절함 쪽, 엄마에 가깝지. (송)중기랑 저랑 후배들 같이 만나면 송중기가 찬물, 나는 따뜻한 물이다. 나는 스윗하고, 친절하다. (웃음) 사실 중기는 송혜교 씨랑 촬영하는 게 너무 바빠서 사람들을 잘 못 만났다. 틈 날 때마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사람들 챙기고 그런 편이었다.

10. 서대영과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진구 : 분명히 높다. 할 땐 하고, 무식하게 밀어 붙이고 그런 부분들이 비슷하다.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유시진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서대영스러운 부분도 많다. 평소에 재밌고 장난도 잘 치고, 사람들한테 다 잘해주고 싶어하고, 하지만 서대영처럼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부분들도 있다.

10. 서대영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구 :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많이 없어진 캐릭터 아닌가. 올드하지만 지고지순한 순정남.

10. 군복이 잘 어울린다.
진구 : 옷 갈아입을 일이 별로 없어서 헷갈리지도 않는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처음으로 스타일리스트 없이 다닐 정도다. 은근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장구류다. 방탄조끼, 장갑, 군화부터 시계 같은 것들이 몇 번씩 바뀐다. 군대에 다녀왔다고 또 칼같이 신경 쓴다. (웃음) 군대식 말투는 간담회 때 (송)중기 씨가 말한 것처럼 부대마다 다르긴 하다. 나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군을 다녀왔는데 그때 당시에는 전군에서 다 썼다고 보면 된다. 요즘에는 쓰는 부대도 있고, 안 쓰는 부대도 있다고 하더라. 군복에도 유행이 있다. 교복 바지 줄여 입는 것처럼 바지통도 줄이고, 허리도 줄인다. 핏을 딱 좋게 만들어서 휴가 나오는 사람들 꼭 있다. 주위에도 있을 거다. (웃음) 촬영하면서는 스타일리시하게 보일 수 있게 다른 군인들보다는 팔을 많이 걷은 편이다.

10. 사전제작에는 장점도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존재하지 않나. 
진구 : 그리스 촬영에서 사전제작의 단점을 느꼈다. 그리스 대본이라고 한권을 줬는데 ‘갑자기 이 신이 왜 나온 거야’ 싶더라. 8부도 받기 전이었다. 내용을 전부 모르니까 당시에 촬영을 감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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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태양의 후예’는 남성 시청자들도 굉장히 좋아하더라.
진구 : 일단 드라마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TV 앞에 모이셨다는 것에 감사하다. 서대영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다. (일동 폭소) 특히 중년 시청자들에게 서대영의 공이 컸을 것 같다. 유시진 나올 때마다 나 옛날에 저랬다, 하면 누가 봐도 안 믿잖아. 그런데 서대영은 군대 어디를 가도 꼭 있는 사람이다. 그런 지옥 교관 꼭 있었을 거다. 중년 시청자들에게 향수를 찾아준 건 유시진보다는 서대영이고,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유시진이 적중했을 거다.

10. 그렇다면 진구는 누구를 보며 ‘나 옛날에 저랬다’고 하나.
진구 : 나는 둘다다. (웃음) 유시진은 여자들한테는 좋은 남자다. 사랑을 할 때에는 달달하다가도, 일할 때는 냉철하게 무식하게 뛰는 남자지. 그런데 후임한테는 엄청 힘들 거다. 지옥교관이 됐다가, 달달하다가 혼란스러울 걸. 난 개인적으로 군 생활을 잘해서 그런지 나를 괴롭힌 인간들, 내가 괴롭혔던 인간들 다 잘 지내고 있다. (웃음) 선임들은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자기 동생이 잘 된 것처럼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라고 해주고, 후임들은 자꾸 옛날 생각난다고, 드라마에서는 못되게 굴지 말라고 한다. (웃음)

10. 극 중 차진 욕설 연기가 화제가 됐다.
진구 : 화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오히려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가 촬영을 해놓고도 관심사였다. 다른 작품에서 워낙 욕설 연기를 많이 해서 연기 자체에는 괴리감이 없었다. 촬영할 때 ‘드라마에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이 상황이었다면 욕이 나왔다. 더 심한 욕도 나올 상황이다’라고 설명하시면서, 심의에 걸릴 것 같으면 ‘삐’ 처리를 하겠다고 했다. 근데 없이 그냥 나왔다. (웃음) 마침 그날만 본방사수를 못했는데, 화제가 됐다는 걸 알아서 놀랐다. 그 장면이 ‘사이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사실 그런 반응조차 내 손을 떠난 거다. 만약에 누군가가 그 장면을 혼낸다면 편집을 하지 않은 감독님을 혼내야지. (일동 폭소) 후반부에 대본에 또 욕이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건 하지 말자고 해서 안 하는 쪽으로 촬영 했다.

10. ‘태양의 후예’는 진구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진구 : 아직까지는 역대 제 필모그래피 중에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가장 장기간으로 사랑받았던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냥 내가 출연한 작품들 중 하나의 작품일 뿐이다. ‘인생작’이나 이런 거창한 말로는 별로 논하고 싶지 않다.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