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들리니>, 휘발되어 버려 더욱 아쉬운 가능성

<내 마음이 들리니>, 휘발되어 버려 더욱 아쉬운 가능성 최종회 MBC 일 밤 9시 50분
천사 같은 언어장애인 엄마 미숙(김여진), 순수하고 착하지만 바보라 불리는 아빠 영규(정보석), 치매에 걸린 할머니 순금(윤여정), 혈육보다 더 뜨거운 정으로 그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소녀 가장 딸 우리(황정음),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청각장애인 청년 동주(김재원). 의 모든 설정은 전형적인 휴먼드라마를 향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매력은 대놓고 휴먼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마냥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사는 인물들이지만, 이 작품은 그들의 환부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보다 외떨어진 한 송이 꽃이나 한 마리의 물고기에 인물들의 감정을 투영하는 방식을 통해 차고 넘치는 슬픔을 안으로 삭이곤 했다. 그렇기에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장점이 정확하게 중반부까지만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애초에 출생의 비밀, 살인, 방화, 불륜 등 선정적 요소 또한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물론 휴먼드라마가 어둠을 거세한 밝고 따뜻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또한 이 작품이 담백한 화법으로 신파와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아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순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모든 갈등 요소를 한 몸에 안은 마루(남궁민)이자 준하라는 캐릭터는 그 열쇠였다. 이 작품은 결국 가족을 떠났던 마루가 자신을 배신한 엄마 현숙(이혜영), 자신을 버린 생모 신애(강문영) 그리고 그렇게도 부담스러워했던 가족과 화해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가족복원극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휴먼드라마와 복수극, 그리고 다시 가족극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푸르른 식물원과 어두운 협잡의 우경사옥의 간격만큼이나 동떨어져보였고 결국 극 초반의 장점들마저 빛이 바래는 사태로 이어졌다. 모든 사건이 해결된 최종회에서 순금이 어린 영규를 등에 업고 달래며 “사는 게 별게 아뉴. 그냥 삼시세끼 밥 잘 먹고 이렇게 서로 등대고 이렇게 의지하고 살면 그게 사는규”라 말하던 장면의 울림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잠재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점이 더욱 아쉽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