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현장] 딘의 음악성, 정체성, 그리고 ‘독보’

[텐아시아=이은호 기자]딘

척박했던 국내 알앤비(R&B) 신에 단비 같은 신인이 등장했다. 바로 가수 딘이다. 지난해 ‘아임 낫 쏘리(I’m not sorry)’ ‘왓2두(What2do)’ 등의 싱글 음반으로 주목받았던 그가 첫 EP 음반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JBK 컨벤션 센터에서는 딘의 EP ‘130무드 : 트러블(130Mood : TRBL)’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취재진을 비롯해 국내외 음악 팬들과 연예인들이 참석해 딘의 새 음악을 한 발 앞서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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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은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갈등 끝에 이별하고, 그로 인해 방황하다가, 다시 현실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를 비롯해 지코, 크러쉬, 제프 버넷, 도끼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오랫동안 작업한 음반이에요. 하나의 무드가 계속 이어지는 음반이 되길 바랐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택한 것은 ‘풀어’라는 곡의 영향이 컸어요. 비극적인 내용의 사랑 노래잖아요. ‘풀어’가 수록될 수 있는 음반을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음반명 ‘130무드 : 트러블’에도 재밌는 사연이 있다. ‘130무드’는 앞으로 딘이 발표할 시리즈 음반의 타이틀. 딘은 “‘130’은 배우 제임스 딘이 타던 차 보닛 위에 적혀 있던 숫자에서 따 왔다. 자동차를 끊임없이 개조하던 그의 실험정신을 본받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트러블’은 이번 음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딘은 ‘130무드’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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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은 가수 활동에 앞서 프로듀서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룹 엑소, 빅스를 비롯해 최근에는 이하이, 위너와도 작업했다. 딘은 “가수와 프로듀서, 둘 다 매력 있는 직업이다”라며 “프로듀서로 일할 때에는 서로의 땀을 보면서, 함께 뛰고 호흡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아티스트로서의 재미 역시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무척 즐거웠어요. 아티스트들이 가진 장점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마치 그들이 말하는 듯한 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예를 들어 이하이의 경우에는 목소리가 중후하고 많은 삶을 지나온 듯한 목소리가 있잖아요. 그 친구의 목소리를 거치면 교훈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걸 참고하면서 작업했어요.”

‘말하는 듯한 노래’는 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알앤비, 힙합, 팝, 일렉트로닉의 교배를 통해 이국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딘은 ‘시크하다’거나 ‘힙하다’는 이미지를 추구하진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고자 할 뿐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예로 들어볼게요.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정체성이 느껴지잖아요. 음악과 사람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죠. 저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단순히 ‘듣는다’는 개념을 넘어 곡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만의 냄새가 진득이 베인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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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것은 장르의 독특함이나 기술적인 역량이 아닌 딘의 감성이었다.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실제 딘은 최근 미국 음악 마켓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가해 현지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한국 음악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죠. 그런 한국적인 감성이 제게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팝 적인 멜로디로 표현하고 싶고요. 사실 주류 팝은 다소 가벼운, 그냥 ‘놀자!’ 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서 쌓은 감성을 바탕으로 팝 적인 음악을 한다면, 해외에서도 독특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딘에게는 ‘천재 뮤지션’, ‘인디고 차일드’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딘은 “그저 감사할 뿐”이라면서도 “수식어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어쩌면 딘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말은 ‘천재’와 같은 타이틀이 아니라 ‘딘’이란 이름 그 자체이지 않을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유니버셜뮤직